인권의 동시성효과

鄭 大 澈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장)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58년이 되었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평등하고 공정하다는 정신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30개 조항으로 규정하여 전 세계에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켰다.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까닭은 세계2차대전 이후 피폐된 인권을 회생시키려는 공통적인 인식이 작용하였기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인권에 대한 논란은 반복적인 문제와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로 나누어진다.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인권의 침해문제는 거미줄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인권정신이 훼손되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과 법에 의한 유린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개인적인 인권폭력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원인은 사회진화의 부분성과 전체성의 차이에서 인권유린의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또 문화수준의 차이나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해석의 범주가 적합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해 생기는 문제들은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인의 정보나 사생활의 침해 등은 빈번한 일상적인 사고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이 인간에 의해, 그리고 기술이나 통신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미디어 관계가 점차 개인화되어감에 따라 개인권리가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보호에 있어서 적극적인 대처가 지연되고 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범죄는 새삼스럽지 않다. 개인적인 피해가 증폭되어 사회문제로 확대될 때까지 관망하거나 진행 중에 있는 제도나 정책도 사실상 공범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과거의 죄가 현재의 공으로 해석되거나 그 반대로 정의되는 혼란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가에 의문을 갖게 한다. 시대의 속도에 맞는 동시적 효과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엘빈 토플러는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요소로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속도의 비동시성은 오히려 위기를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회변화의 적합성이나 새로운 기반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중요요소와 장애요소가 혼동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비동시성 효과(de-synchronization effect)는 사회의 심층기반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시간을 잘못 다룸으로 생겨난 결과라는 것이다. 토플러는 시간의 차이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하고 있다. 속도측정기를 대보니 10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1마일로 가는 자동차까지 속도가 각기 다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기업인이 탄 자동차는 100마일의 속도로 달리고, NGO가 탄 자동차는 90마일의 속도를 내고 있는데, 국제기구는 5마일의 속도로 간다는 것이다. UN, WTO, IGO, UPU 등등은 마치 완강하게 버티는 코끼리와 같다고 비유한다. 이보다 더 느린 3마일과 1마일로 가는 자동차에는 정치와 법이 타고 있다는 것이다. "법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겨우 숨을 쉬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정치나 법은 일상생활에서 거리가 멀게 느껴지고, 과정이나 절차가 복잡하다는 인식을 부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칠 정도로 안정을 추구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제도의 결핍과 극히 부분적인 변화로 충격의 실질적인 간격을 좁히지 못한  원인도 있다. 변화에 따른 속도가 안정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면의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갈피를 잡아내는 노력으로 경중이나 완급을 가릴 수 있고, 법이나 정치에서 우려하는 충격과 혼란을 해소시킬 여지는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시는 사회변화의 효율성이 강조된 것이다. 시의 적절한 제도와 인식의 구색을 필요로 하고, 변화에 적합한 기준이나 가치를 확산시키고 인식하려는 점에서 비효율성이 지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급격하게 변화되는 상황에 맞추어야 하는 기업과 기존의 기틀을 유지하려는 법이나 정치에 대해서 판단하려는 의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각 분야는 나름대로의 정체성과 기본정신을 함축하고 있음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각 분야가 사회를 이루는 심층적 기반이 되고 사회를 형성하는 기틀이기 때문에 존엄성이나 가치를 무력화 시킬 이유도 없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각자의 영역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분야와의 연계나 관련성을 부인하거나 간격을 벌리려는 책동에 대해서 경계하고 경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권에 대한 새로운 정신이나 해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전에 없던 현상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드리고 판단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기동력이나 동시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권선언의 취지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동반함으로써 근본정신을 유지하고 시대에 따른 새로운 인권문제를 해결하고 방비하기 위해서 시간이 중요하고 속도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