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자유

趙 完 圭(理博ㆍ서울대학교 명예교수ㆍ前 교육부장관ㆍ본 연맹 이사)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한다면 그 삶은 얼마나 갑갑하고 고통스러울까. 또 집에 갇혀서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삶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얼마 전 납북된 당시 고등학교 학생 김영남군이 30년 뒤 장년이 되어 80 노모와 상봉하였다. 이 장면을 보면서 마음대로 말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롭게 깨달았다. 이산가족들 사이의 대화 장면을 볼 때 마다 모든 것이 "수령님" 은혜요 "장군님" 덕이라고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는 북쪽 사람들이 애처롭고 불쌍한 마음이 든다. 만일 가져간 선물을 주면서 이 모두 "누구 아무개 대통령님"이 베푸신 은혜라고 한다면 코미디가 될 것이다. 30년이나 보고 싶던 늙은 어머니를 만났으면 부둥켜안고 울부짖으며 주변 사람들을 감동케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도 그는 로봇처럼 덤덤히 어머니와 누나를 대하였다. 만일 자유롭고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장소에서 어머니와 누나를 만났어도 그랬을까.

   집을 나가 잃어버린 개를 찾다 지쳐버린 개 주인도 애타고 허전한 마음을 가누기 어렵거늘, 하물며 애지중지 기르던 어린 자식을 흔적 없이 잃은 부모의 애탄 가슴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찾다 지친 부모는 아들이 없어진 날을 제사 날로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 납북자 가족의 끈질긴 추적 덕에 그간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이산가족 상봉 장소에 나온 것이다. 몸 가누기도 힘든 노모는 되찾은 아들을 껴안고 그간의 사무쳤던 심정을 마음껏 털어놓았다. 기분 같아서는 아들을 납치하고 30년간 부모와의 정을 끊어 놓은 북쪽 정권을 원망하고 항의하며 즉시 아들을 돌려달라고 하고 싶었겠지만 북에 그대로 남겨 둘 아들이 행여나 다칠까 겁나서 아무 말 못하고 참았을 것이다.

   납치된 것이 분명함에도 망망대해 쪽배에서 북한 배에 구출되어 남포시에 상륙했다고 설명하는 아들의 궤변이 오히려 안타까웠다. 상봉에 앞서 며칠 동안 그들이 적어 준 쪽지를 앵무새처럼 외었을 것이다. 당시 또 피랍 학생이 여럿인데 거의 소재불명이라 했다. 납치 아니고 다른 이유 대기가 어려워서 애써 그들의 존재마저 없는 것으로 했을 런지도 모른다. 표류하는 학생을 인도적 차원에서 구출한 것이 사실이었다면 이 사실을 즉시 보모에게 알리고 송환했어야 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이 어린 학생을 억류 후 붉은 전사로 키웠다. 그들의 반인권적 행위가 가증스럽다.

   인권 문제만 나오면 금시 북한을 떠 올린다. 그곳은 아예 인권과는 동 떨어진 나라로 치부하고 있다. 얼마 전 UN 뿐 아니라 EU에서도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가 있었다. 북한은 지난 60년간 세계와는 담싼 채 부자세습으로 정권을 유지해 온 체제이다. 남쪽에서는 피 흘리며 반독재 민주화투쟁으로 공화국을 수차례 바꾼 끝에 민주주위 국가의 기틀을 다졌고 이제 경제규모도 세계 10위권에 이를 만큼 커졌다. 이 같은 발전은 거의 완벽하게 보장된 자유로운 언론과 표현 그리고 이주의 자유에 의하여 가능했다. 한편 북한은 일인숭배와 우민정책으로 민중의식을 획일화하고 인류의 기본권인 언론ㆍ표현ㆍ통신ㆍ이주의 자유를 억압하는 강권통치 체제로 이어왔다.

   그러나 차차 개방의 물결 속에서 북한은 더 이상 백성의 의식을 통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하니 그들은 더욱 더 강압 수단으로 민중을 통치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개방, 자유 그리고 인권은 곧 그들 정권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2백ㆍ3백만의 백성을 굶어 죽게하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일 수 없다. 더구나 외국, 특히 남쪽에 체면 불구하고 구걸하며 얻어온 식량을 백성에게 배급을 주며 이를 "장군님" 덕이라고 외우게 하고 있으니 식량구걸의 내용을 알고 있는 백성들이 과연 이를 따를까. 컴퓨터로 세계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달라진 세상에 더 이상 백성을 통제하기는 어려워 질 것이다. 

   첨단적 과학의 발달로 북한의 움직임을 낱낱이 드려다 볼 수 있게 된 오늘날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反평화적 행동을 더 이상 숨어서 할 수는 없다. 그런 시도는 오히려 국제적 비난을 초래할 것이며 더욱이 세습 김씨왕조를 꿈꾸고 있다면 북한은 더욱 더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고 민중의 저항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바라건대 하루속히 북한에도 민주화 바람이 일고 그곳 민중들이 자유롭게 정부를 선택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한다. 그래서 인권문제가 더 이상 국제사회의 비난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