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진정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누구나 인권을 누릴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면 참된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거창한 국호를 사용하더라도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위장된, 허울만인 사이비 민주국가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자유민주주의국가의 국민은 이 같은 전체주의 독재국가와는 달리 누구나 행정부, 입법부와 사법부 등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인권을 보호‧신장할 것을 기대할 수 있고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중지와 구제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민주주의국가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인권을 생각할 때 자기의 권리의 측면만 중시하고 의무의 측면은 경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간과하기 쉬운 것은 인권존중이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요구되는 법적‧도덕적 의무라는 사실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인권은 정부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침해할 수 있다. 살상, 방화, 성추행, 사기 등 범죄 행위뿐만 아니라 사소한 법규위반에 의해서도 생명권, 건강유지권, 재산권, 인격권 등이 유린될 수 있는 것이다. 산에서의 담배꽁초 투기와 화기사용, 산기슭에서의 영농 부산물 소각으로 말미암은 대규모 산불 발생과 인명살상, 재산파괴, 대기오염, 지구온난화의 초래는 그 대표적 사례다. 공장과 자동차의 배기가스, 축사의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대기와 하천의 오염, 음주운전, 과속운전, 교통 신호위반 등이 야기하는 교통사고, 골목길에서의 불법주차로 소방차의 진입을 불가능하게 하여 화재진압을 못하게 하는 일, 불량식품과 불량약품의 제조‧판매와 진료거부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일, 자기 땅 뿐만 아니라 공로에 까지 장사용 가판을 설치하여 차량통행을 방해하는 일, 환경보전에 꼭 필요한 녹지를 훼손하는 행위, 지하철 승강장에서 승객의 출입을 방해하는 집단 시위, 담배꽁초와 음료수 캔의 도로변 투기, 쓰레기를 비밀리에 타인건물 옆에 쌓아두는 행위, 교통신호를 무시한 오토바이의 폭주 등 여기에 일일이 매거(枚擧)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사례가 많다.

위에 든 사례들은 모두가 불법이다. 법을 준수하려는 마음가짐이 결여되어 발생하는 일이다. 나의 인권은 중요하고 남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식구조와 민주국가는 법치국가라는 점을 몰각한 행태 등이 그 원인이다. 인간애와 인권의 중요함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는 결코 모두가 다함께 인권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비록 세계인권선언은 있고 세계의무선언은 없지만 인권옹호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권리와 의무의 양 측면이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한다.

20세기 초반, 우리 민족에게 국권상실의 비극과 고난을 겪게 한 일본에 대하여 강한 반감과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범죄율이 낮고 불법 시위, 파업과 교통사고도 많지 않아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도 정부차원에서는 역사왜곡과 독도영유권 주장 등 매우 부당한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차원에서는 우리보다 더 사회질서, 내부협동, 준법 등에서 앞서 있는 사실에서 우리는 맹성을 해야 할 것이다.

반일에서 극일(克日)로 국치(國恥)를 불식하려면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일본을 앞서거나 최소한도 멸시당하지 않을 정도로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학력수준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질렀지만 범법율이나 정치질서와 사회질서 면에서는 아직 뒤지고 있는 것은 도덕적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지식이 악행의 도구로 쓰인다면 학력수준이 높은 것이 오히려 사회에 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선진화는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이루어져야 한다.

인권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인권을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좋은 법규를 제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인권선진국과 준법선진국이 되어 보다 복되게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