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석유, 가스의 증산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결행하였다.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의 확보가 절대적이고, 이를 기반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서 AI 경제의 세계적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는 집권 1기 때부터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탄소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정설을 ‘과학적 사기’라고 배격하였다. 미국이 부강하기 위해서는 이상기후쯤은 그렇게 심각하게 다룰 일이 아니고 잘 살면 그런 문제쯤은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그러니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던 유럽도 탄소배출 문제에서 좀 주춤해진 듯하다.

제조업 강국 독일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도 에너지 문제가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북해의 바람이 불지 않거나 햇빛이 없어서 발전이 안 되고 (둔켈 플라우테),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공급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각국은 더 이상의 경제 후퇴를 막기 위해서 에너지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점과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정권에 따라 에너지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 왔다.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에너지 특히 전력은 핵심적인 성장 동력이지만, 세계 10위 권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심지어 기후변화 총회 때마다 받는 기후악당국 누명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하는 양면의 고민을 안고 있다.

반면 에너지 정책은 조화롭지 못했고 탈원전정책 또는 재생에너지의 냉대정책 등 양극단을 달리는 상황이었다. 에너지는 무엇보다도 수급 안정을 이루어야 하고 경제성도 따라야 되고 산업으로서 고용과 성장에도 기여해야 한다. 반면, 기후 문제 등 환경성, 또 시설의 안전성, 빈곤층이나 농업 등 취약 산업을 배려해야 되는 공공성도 생각해야 되는 보편적 복지문제 또한 매우 소중하다. 그래서 에너지를 '복잡계’라고 한다.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 하고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지만 불행하게도 지난 10년간 그렇지 못했고 에너지부문에 편향된 이념이 개입하였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전력산업은 대외적으로 세계기후변화 총회 등에서 비교적 선방했고,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노력도 꾸준히 해왔다.

이제 트럼프와 AI라는 큰 변수가 생겼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입장이 다 다르고 우리는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두 우리에게는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학습의 단계를 지나 추론과 행동의 단계에 들어선 AI 시대에 막대한 전력과 전력망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 발전의 속도도 광속도이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전력기기의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있고 우리는 경쟁력도 있다.

한편 에너지 사용도 효과적으로 절약하여 선진국의 책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성장과 복지와 국제적 책무의 최대 공약수를 찾기 위해서 더욱 영리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빨리 끝나고 국민적 에너지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