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무원들의 대탈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전에는 공무원이 ‘꿈의 직장’으로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각종 공무원 입직시험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공무원 직업에 대한 키워드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 이직률 상승, 직업만족도 저하로 바뀌었다. 2000년 이후 5급, 7급,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모두 하락 추세이다. 한때 93.3대 1까지 치솟았던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올해 21.8대 1로 32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년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6%가 기회가 되면 이직하겠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20대와 30대 공무원의 이직 의향은 각각 59.2%, 54.3%로 매우 높았다. 실제로 퇴직을 선택한 청년 공무원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재직기간 5년 미만 퇴직자 수는 2019년 6663명에서 지난해 1만 3321명으로 5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

입직 희망자 감소로 인재풀이 축소되는 것도 공직사회에 바람직하지 않지만, 입직 이후 자발적 퇴직자의 증가는 정부 차원과 개인 차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퇴직자가 발생할 경우 신규 인원이 충원될 때까지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신임 공무원의 교육훈련에 투입된 시간과 비용은 낭비되며, 숙련도가 높은 직원의 이탈은 행정 서비스의 질과 생산성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직자의 개인 차원에서도 공직시험을 준비하는 데 투입된 시간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청년공무원들의 대탈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직생활 실태조사에서 이직 의향을 밝힌 공무원들 가운데 그 이유로 '낮은 급여 수준'을 꼽은 비율은 2020년 31.8%에서 2023년 63.3%로 증가하였다. ‘낮은 급여수준’에 이어 ‘과다한 업무’ 8.4%, 승진적체 5.3%, 상하간 인간관계 4.3%의 순서였다.

실제 9급 초임 공무원이 손에 쥐는 월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200여만 원 수준이다. 내년엔 병장 월급(내일준비적립 지원금 포함 205만원)에도 역전당하게 되며, 필리핀 가사도우미 급여로 책정된 월급 238만 원(하루 8시간 근무)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들에게 과거와 같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젊은 공무원들의 초임 급여수준을 대폭 상향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공무원의 보수 인상에는 한계가 있으며, 보수 인상만으로 공무원 이탈을 막을 수 없다. 행정학자들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이직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낮은 보수 수준과 더불어 직무만족도 저하, 높은 직무스트레스, 권위적인 조직문화, 승진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 등이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을 붙잡아 두려면 직무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만족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실제 보수 등 경제적 이유보다도 공직생활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에 퇴직한 공무원들도 많다. 그런데 연례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직무만족과 공직 만족도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다. 직무만족 또는 공직만족도가 낮을수록 이직 의도가 높다.

공직만족도가 낮아진 이유는 다양하다. 실제 퇴직한 공무원들과 인터뷰한 자료에 따르면 “악성 민원 때문에 시달리거나, 공무원을 철밥통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다.” “상급자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게 아님에도 이를 따라야 하는 상명하복식 업무체계와 업무에 대한 지나친 책임추궁이 힘들게 한다.” “과거 공무원들은 정책을 주도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시키는 대로 실행하여야 하는 도구가 되었다.” 등의 이유가 거론되었다.

민주화 이후 국회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정책주도권이 행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간 것도 공무원들의 자존감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 입김에 따른 각종 정책 탓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하명식 정책 지시 등으로 무력감까지 느낀다.”는 자조도 많아졌다.

국회와 대통령실의 틈바구니에서 공무원들이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관료 패싱이 멈추지 않은 한 공직사회에서 핵심 인재 유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공무원 시험은 여전히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며, 민간부문과 비교할 때 공직에 대한 소명의식과 공익에 봉사하고자 하는 공직봉사동기(PSM)가 높은 지원자들이 입직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신임 공무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보수체계를 개편하고,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서울과학기술대 전 총장, 전 한국행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