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에 대한 브뤼셀 회의와 유럽연합 의회 청문회

柳 世 熙 (政博ㆍ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ㆍ한양대 명예교수)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회의와 EU의회의 청문회가 3월 22일과 23일, EU의 수도인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 한국으로부터는 탈북자와 북한 인권관련 단체의 관계자 등 12명이 참가하였는데 필자는 대표단의 단장으로 참가하였고, 다음은 이 두 개 행사의 주요 내용이다.

   먼저 국제대회부터 보면, 작년 12월의 서울대회에 이어 이번에 열린 회의는 원래 4월로 예정이 되어 있었으나 EU의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3월 23일로 잡히는 바람에 이에 맞추기 위해 22일로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서울대회에 비교하여 회의 규모는 작았으나 영국의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벨기에의 "국경없는 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프랑스의 "북한주민 지원위원회(French Council to Help the population of North Korea),"를 비롯하여 유럽의 주요 인권 NGO들이 대거 참가하였다. 미국과 일본 등으로부터도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으나 주류는 역시 유럽사람들이었다. 여기에는 회의 장소가 유럽이라는 지리적인 요소도 물론 작용했겠지만 인권문제에 대한 유럽인들의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EU의 인권단체들은 2003년 이후 유엔의 인권위원회가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인권문제 결의안을 채택함에 있어서, 그리고 작년 11월에 유엔총회가 결의안을 채택함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권문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이같은 태도는 유럽이 바로 민주주의의 본산지이며 민주주의는 인권 존중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회의는 "세계기독연대"의 바사(E. Batha) 변호사의 개회사로 시작하여 EU사무국 인권담당 헤젤젵 박사의 작년 유엔총회에서 대북인권결의안 채택까지의 경위 보고, 북한의 인권상황 동영상물 "꽃동산" 상영, 남한의 북한인권운동가들의 보고, 탈북자들의 증언과 청중들과의 질의 응답, 각국 NGO들의 활동보고, 금후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활동방향 및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한 토론 등으로 하루 종일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유럽연합 의회의 청문회는 다음 날인 23일 오후 3시부터 인권소위원회 반핵케 부위원장 주제로 열렸는데 여기에는 EU의원들 외에도 관련 정부기관, 언론, 정당 사람들을 비롯하여 200여명의 청중들이 청문회실을 메웠다. 먼저 한반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번 청문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젠트 이바니' 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한국 대표단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었고 다음에 의원들의 질문이 뒤따랐다. 청문회는 또한 필자를 비롯하여 일본의 '사이가 후미꼬' 북한인권대사, 프랑스의 북한인권운동가 리굴로(P. Rigoulot), 미국의 "숨겨진 수용소군도(The Hidden Gulag)" 저자인 호크(D. Hawk)씨들로부터도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EU 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소감의 하나는 북한 상황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매우 높고 잘 균형되어 있다는 점이다. EU에 들어와 있는 동유럽국가들의 경우, 과거 공산주의 체제의 경험이 이와같은 북한에 대한 높은 인식을 가능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또한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며, 예를 들어 비록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사용처에 대한 조건으로 제시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EU에서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추세에 있다. 금년에만도 유사한 국제회의가 로마를 비롯하여 유럽의 몇 곳에서 예정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미국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든지, 남북한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남한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등의 논리는 앞으로 더욱 설득력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