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2030년에 전 세계가 마주할 시급한 과제를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소실(67%), 폭력과 갈등(44%), 차별과 불평등(43%) 순으로 발표하였다.

대한민국은 이미 혐오, 차별, 갈등, 폭력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2023년에는 악성 민원을 법으로 해결하자는 교원들이 교권 보호를 주장하며 누적 인원 30만명이 광장에서 시위를 하였다. 국민은 공교육 붕괴를 실감하였고 정부는 급히 교권 관련 4법을 개정하고 학교폭력예방법도 강화하였다. 2021년 스토킹범죄 처벌법과 온라인그루밍 처벌법,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법), 2019년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하루가 멀다고 폭력 관련법은 사후약방문식으로 계속 제정되고 있다.

인권침해와 각종 폭력은 혐오표현(hate speech)과 차별(discrimination)이 일상화된 병든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한다. 혐오표현은 일종의 표현의 자유이고, 차별어는 능력중심사회에서 사용될 수 있는 일상어라는 낮은 인권감수성은 갈등과 폭력, 차별과 불평등 사회를 고착화시키는 근본원인이다.

<혐오표현>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비하·멸시·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정의하였고,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는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는 기관이므로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공교육기관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은 학생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충실히 하여야 한다. 대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인권교육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과 현재 대학에서도 인권교육을 위한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은 현실은 정부와 교육기관에서 정책적으로 신중히 고민해야 할 당면과제이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절대로 인권 친화적인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 갈 수는 없다.

교육만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우리 교육자들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혐오감정이나 차별적 생각은 절대적 자유이지만,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게 행하는 표현은 상대적 자유이어서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행정적·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도 국가안보, 공공질서와 공공복리를 저해할 경우, 제한받을 수 있다는 공동체성과 사회정의를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은 혐오, 차별, 폭력이 만연한 아프고 병든 사회를 존엄, 관용, 공존의 가치가 중시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 정치인들이 진보, 보수로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진영논리로 시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황당한 모습을 목도하면서, 인권교육은 학생 대상만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학교장 등 기관장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우선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민주’,‘인권’이라는 용어를 이념어나 갈등어로 폄하하고 기피하는 저급한 포퓰리즘 정치 행태와 이에 무관심하거나 부화뇌동하는 교육 현장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민주시민성과 인권이 꽃 피는 성숙한 시민사회는 아직도 요원하다. <전 서울특별시성동광진교육청 교육장, 전 경일중 교장, 전 잠일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