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불화나 분쟁을 겪게 마련이다. 불화나 분쟁은 서로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대하여도 각자의 주장만을 내세우다가 감정이 상해서 결국 ‘법대로 합시다!’라고 하고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특히,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활성화로 특정인의 사생활이나 사회적 현안에 대하여 각각 자기의 주장과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막말을 주고받다가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사과를 요구하고,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법대로 합시다!’라고 하면서 급기야 고소·고발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법대로 합시다!’라고 말하는 것은 법정에서 판결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즉,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또는 형사상 고소 또는 고발을 통하여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법의 목적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법대로 합시다!’라고 하면, 일견 공평무사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대로 합시다!’하고 말하는 당사자도 법대로 하면 자기에게 꼭 유리하거나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감정이 격해져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법대로 하는 경우에 그 과정이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다.

법대로 하려면 궁극적으로는 소송에 의할 수밖에 없다. 소송을 제기하려면 우선 변호사 선임 등의 적지 않은 소송비용을 지출하여야 한다. 또한 소송을 위하여 민사소송의 원고나 피고 또는 형사소송의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모두 법정이나 수사기관에 출석해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소송 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하여야 한다. 소송에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재산적인 손해는 물론 정신적인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대로 하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는 형사상 고소·고발이 지나치게 많다. 대검찰청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고소 사건 접수 건수는 35만 7612건이고, 이중 수사에 착수한 건수는 34만 7409건인데, 기소율은 23.6%에 불과하였다. 나머지 대부분은 범죄 불성립·무혐의 등으로 불기소처분이 되었는데, 이것은 고소가 남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소가 접수되면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더라도 피고소인을 일단 입건하는 것이 실무관행이다. 피고소인은 범법자가 아니더라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아야 하고, 고의적으로 출석에 불응하면 강제 구인이나 체포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아직 피고소인에 불과한데도 지명수배나 출국금지를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수사 과정에서 피고소인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엄청나게 많은 고소 사건이 접수되고, 그중 범죄 불성립·무혐의 등으로 불기소처분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피고소인들이 억울하게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법은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므로, 건전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법을 준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의 고소권은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고소권의 남용으로 억울하게 인권의 침해를 당하는 피의자가 생겨서도 안 된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에 불화나 분쟁이 생겼을 때에는 역지사지라는 말처럼,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법대로 합시다!’에 앞서 대화와 타협에 의하여 상식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러면 고소나 고발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