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의 권리, 인권이란 말의 본래적 뜻이다. 현대 민주국가의 헌법이 말하는 기본권, 말 그대로는 바탕이 되는 권리이다. 사람으로서의 바탕이 되는 권리, 이 개념에는 숨쉬는 권리와 먹는 권리(right to breathe & feed)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느낌은 동물수난사 같은 흑인의 인권사를 읽을 때마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긴 미국의 흑인은 인간이 아닌 물건의 일종일 때가 있었다. 사고팔았다. 마음대로 자고, 먹을 수가 없었다. 숨 쉬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엄숙한 법적 선언인 판결임에도 흑인이 물건이라는 전제 하에서 결론을 낸 늘 회자되는 판결(Dred Scott V. Sandford, 1857)도 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그 판결을 한 대법원장(Roger B. Taney ; 1777-1864)은 인권사에서 예수를 못박은 빌라도에 비견되기도 한다. 왜 그렇게 판결하였을까? 한마디로 노예가 물건이라는 것이 그 당시에 보다 상식적이었기 떄문이었다. 그 판결을 조금만 상고해도 인권은 때로 상식을 뛰어 넘는 개념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건이었던 흑인을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시켰던 위대한 대통령, 그는 에이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 1809-1865)이다. 노예해방 선언이 있었던 1863년 이래 흑인의 인권은 서서히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초기의 발전은 아주 미미하였고 흑인은 먹는 장소를 제한받는 백인식당 출입금지 사례가 보여 주듯이 먹는 기본권마저 1960년대까지 100년도 넘게 차별받았다. 그런데 마르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목사의 등장으로 큰 방향 전환이 일어났고, 이후 1964년 연방인권법의 제정, 시행과 미국대법원의 획기적인 판결로 인권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기 시작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흑인의 인권신장이 처음에는 백인 지도자들의 종교적, 은혜적, 윤리적 도덕감에 기초하여 시작된 면이 상당하였으나, 나중으로 갈수록 흑인 자신들의 의식개혁과 주장 내지 투쟁에 따라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2020년대인 지금 흑인들의 인권이 백인과 동일하게 되었는가? 아니라고 본다. 2020년 5월 미국 백인 경찰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P. Floyd Jr.)를 체포하면서 그의 목을 눌러 죽게 만든 사건이 발생하였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숨 쉬는 권리가 질식된 결과가 된 것이다. “나, 숨이 막힌다(I can’t breathe.)”는 그의 마지막 말은 절규가 되었고, 그 질식사 사건 때문에 미국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그 시위 덕으로 미국하원은 그 해 6월 경찰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보다 문명화, 문화화된 헌법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권과 표현의 권리가 그 기능을 한껏 발휘한 셈이다.

미국의 흑인인권사가 보여 주듯이 인권, 이것은 장식적인 우아한 개념 보다는 실천적인 회득과 주장의 개념이다. 때로는 반상식적이고, 때로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주장과 실천의 개념이 인권 속에는 녹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 맺고 싶다. 인권은 대부분 모순과 불화 속에 진화하였다고, 그렇기 때문에 인권이란 명제는 정화과정에 있는 혼합물이라는 것, 결국 고상한 지고지순의 선언적 결정체만은 아니므로 그 바탕 위에서 모두 함께 실천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 이것을 다시 강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