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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한국 경제 (2023년 11월(659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11-15 조회수 : 3 파 일 :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높다. 우리 경제의 부진한 모습을 인간의 생태사이클을 원용해 갱년기경제로 지목한다. 청장년기 시절의 호성장은 끝나고 노년기의 정체기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더욱이 기업가나 근로자가 일하려는 의욕이 퇴락하는 사회병리현상까지 겹쳐져 갱년기 증상은 더욱 심화됐다. 그런데도 국민 정서를 살펴보면 긴장감은 덜하다. 과거 경제가 나쁜 적도 많았지만 그런대로 극복해 왔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걸까. 이번에는 다르다. 과거에는 수출경쟁력이 잘 유지됐었고 국제무역 환경도 좋았다. 노사갈등도 있었지만 근로의식은 굳건했다. 이같은 여건과 역량은 계속 약화됐다.

    한국 경제는 다중위기를 겪고 있다. 첫번째 위기로 빠른 인구 감소다. 출생은 현저히 줄고 고령화는 급속 진전해 생산가능 인력은 감소하고 청장년의 노년세대 부양부담은 커졌다. 게다가 일부 연기금은 벌써 적자다. 둘째로 가계, 기업과 정부의 부채가 경제규모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비와 투자 여력이 감소됐고, 과거 경제위기 시 재정투입 여력은 높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셋째로, 기후변화 파장과 탄소중립화 추진비용이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빈번한 산불, 기존 농수산물 생산방식의 훼손 등으로 농수산 물가를 급등케 한다. 전통산업의 준비가 덜된 채 추진하는 탄소제로화 정책도 큰 비용을 요구한다. 넷째로 생산성의 하락이다. 국내 투자 지체와 근로의욕의 감퇴가 그 배경이다. 생산성을 앞지르는 급속한 고임금화는 기업 성장성을 갉아먹고 청년 실업도 잉태했다. 미래를 위한 교육시스템은 낡았고, 준법 질서도 해이해졌다. 고비용 저효율 사회로 급속 이행했다. 총체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은 뒷걸음치고 무역수지는 적자를 드러냈다.

    끝으로 무역으로 급속 성장을 이루었는데 글로벌 무역 환경은 보호무역시대로 역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특정국 수출의존도가 높아 무역 여건 변화에 취약하다. 게다가 미중갈등, ·우전쟁 등 지정학적 분쟁이 심화돼 자유민주체제 블럭과 권위주의체제 블록 간 갈등으로 이어져 원자재 조달난 및 가격 앙등 그리고 무역여건 경색 등을 야기했다.

    경제가 이같은 어려움에 직면해도 정책에너지는 강화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국회 쪽으로 많이 경사돼 있어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다. 입법권과 국정감사권을 틀어쥔 국회가 행정부 정책 방향성의 큰 틀을 좌우한다. 그런데 국회는 태생적으로 단기적 포퓰리즘에 흐르기 쉽고, 상임위별 입장이 다를 때 이를 조율할 기능이 없어 장기적 국익에 적합한 정책을 시의 적절하게 발라내기 쉽지 않다. 경제 행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여주고 국회는 한걸음 물러서서 감시와 견제에 주력하면 된다.

    무엇보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서 집중 치료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산업경쟁력이 하락하면 두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경쟁력 하락은 장기적으로 공급측면에서 일자리와 소득 수준을 낮추게 되어 총수요 위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책 대응을 통한 수요 보충의 지속성은 한계가 있다. 저성장은 인구, 노동, 투자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구조조정과 사회적 대타협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노동생산성 향상 등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재정지출의 생산성도 높여야 한다. 예컨대, 인구문제 대응에 수백 조 원을 투입해도 성과가 없다는 것은 지출계획을 종합하고 통제하며 심의 평가하는 기간 조직이 없다는 뜻이다. 2,30대의 절반이 결혼을 원치 않고 결혼 부부의 절반이 출산을 원치 않는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복지비용 등 의무지출에 대해 정치적인 땜질식 처방을 삼가고 체계적으로 재정비해 사회적 후생을 높여야 한다.

    끝으로 정책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 예컨대,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정책 수요는 가격안정화에 치우친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0%가 넘는 나라에서 가격 안정화 정책의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다. 반드시 국내 에너지 자원의 개발, 에너지 소비절약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와 에너지절감 기술 산업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완화해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고에너지 비용에 대한 면역 체질도 형성된다. 이처럼 정책 운용이 균형감각을 가지도록 사회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전 현대로템 부회장, 전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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