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

姜哲煥(조선일보 기자)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UN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발의하여 통과시켰다. 여기서 우리는 유럽국가들의 인권 선진국다운 모습을 보았지만, 반대로 그 동안 한국 정부는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ㆍ불참으로 대응해 왔다.

   이미 북한의 인권실상은 넘쳐나는 국제정보와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그 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나 있다. 20만명의 정치범들이 무고하게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고, 기아로 인해 수 백만명의 무고한 인민들이 굶어 죽었다. 살아있는 현대 역사에서 이처럼 잔혹한 한 나라의 역사가 어디에 있었던가.

   성희롱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일상생활 속의 인권을 논하는 대한민국에서의 인권문제는 삶의 질에 관한 것이지만, 북한의 인권문제는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 땅에 먹는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권유린문제 등을 따져 해결하기 보다는 남북교류와 경제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 논리라면 사람이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며, 인간이 먹기만 하고 자유가 없다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가축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금 아무리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원해 준다해도 북한 스스로 노력해서 북한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해 내고, 북한당국이 앞장서서 개혁개방 조치를 취해나가지 않는다면, 결코 북한의 인권문제는 개선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같이 격동하는 세계정세에서 인권ㆍ마약ㆍ위폐ㆍ핵무기 등으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김정일 정권은 절대적 독재권력 체제를 개혁하지 않는 한 점점 고립되어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현 북한 정권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상황에 있지 않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꾸준한 압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사회의 수용소 생활을 직접 체험한 필자로서는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가장 급선무는 한국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참상을 정확히 깨닫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한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라고 본다. 이론적인 한반도 평화 논리보다는 현실적인 인권개선정책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북한 정권이 계속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할 경우, 모든 경제지원을 인권문제와 연계시키는 방안이다. 

   올 병술년(丙戌年) 한 해를 맞는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도 북녘 땅에서 참혹한 삶을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북한의 인권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