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장애로 부모들이 자녀를 살해하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발달장애아동과 20대 발달장애여성이 어머니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그들의 무고한 죽음이 안타까워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같은 처지의 부모들은 3월의 봄을 맞이하는 추모제에서 곡소리를 내고 그들의 원혼을 달랬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이었던 한부모 가정이었던 그들은 외롭고 가난했다. 평소 이웃과의 교류도 없었다고 한다. 딸의 장애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한 어머니는 갑상샘암 말기였다. 그녀는 다른 생애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 장애자녀를 살해했다. 이유는 생활고 때문이었다.

가난하고 병들고 혼자서 발달장애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살해하는 유사한 사건은 매년 대한민국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국가와 이웃 그리고 사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 죽음에 속수무책으로 가슴 아프고 두려운 것은 같은 처지의 부모들뿐이다. 삶의 희망이 없으니 결국 자신들도 선택할 길인가 심정이 떨려온다고 고백한다. 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무서운 현실인가.

COVID-19 팬더믹은 사람들의 일상과 생존 환경을 바꾸어 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 거리두기가 요구된다. 일상은 단절된 채,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복지관 휴관 등 돌봄 체계가 중단되어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의 일상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적으로 떠맡겨진 후 비극적인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7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제26차 심의가 대면회의로 열리고 있다. 아직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지만 위기에 처한 장애인의 인권을 두고 유엔은 쉴 수가 없다. 헝가리를 비롯해 이번 심의에 임하는 정부 대표들에게 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COVID-19 팬더믹으로 겪은 장애인의 고통과 생계의 어려움 그리고 그들의 무고한 죽음에 정부는 무엇을 하였는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질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지역 사회에 살 권리, 가난하지만 장애 자녀를 돌보고 평범하게 학교를 보내고 가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가. 오는 여름, 8월 17일부터 시작되는 제27차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심의 기간에 대한민국 심의가 있다. 자신의 손으로 장애자녀를 죽일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현실에 대한 질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답변을 준비할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전문위원회 위원, 한국국제개발협력(KOICA) 자문위원, (사) 장애인법연구회 고문, (사) 유엔인권정책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