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간한 ‘디지털 경제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지난 2019년 하루 평균 5.1시간 인터넷을 사용했고, 2.2시간을 소셜 미디어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을 취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중 3분의 1 정도를 온라인상에서 보내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로 표현되는 디지털공간에서의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더믹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우리가 디지털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됨에 따라 개인이 디지털공간에 남기는 흔적(Digital footprint)의 양도 증대되고 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소셜미디어와 클라우드에 남긴 글, 사진, 동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우리가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나이, 성별, 주소와 같은 신상정보, 그리고 스마트폰, 자동차,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면서 디지털 공간에 남게 되는 위치정보, 검색정보, 쇼핑정보, 운동정보, 심지어는 심박수와 같은 신체정보도 디지털 공간에 기록되고 있다.

더불어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있는 CCTV는 물리적 세상에서 우리 삶의 모습을 디지털 공간에 저장하고 있는데,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은 하루 평균 83.1회 CCTV에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온라인, 오프라인 상의 모든 행동이 디지털 공간에 기록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라이프로깅을 통해 남겨진 개인의 디지털 기록은 디지털 흔적으로 디지털 공간에 남게 된다. 디지털 흔적은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되는데 대표적으로 범죄사건 수사에 중요한 단서로 활용되어 사건이 발생하면 검찰, 경찰이 가장 먼저 확보하는 것이 피의자의 스마트 폰과 이동선상의 CCTV 기록이다. 더불어 신입사원의 채용 시에도 입사지원자의 소셜미디어를 검색해서 입사지원서에 적혀 있지 않는 성향과 성격을 파악하기도 한다.

디지털 흔적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잊고 싶은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디지털 족쇄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특히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나 사진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빠른 속도로 증대되는 추세여서 디지털 흔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요청되고 있다.

노출되지 않은 디지털 정보의 불법적 이용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상대적으로 법적 보호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지만, 노출된 디지털 기록인 디지털 흔적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와 ‘알 권리(Right to know)’ 사이의 법적 대립으로 피해 발생 시 법을 통한 권리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 더불어 문제가 발생해서 법적, 행정적 절차를 밟는 시점에는 개인의 피해가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라이프로깅 시대에 효과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가 신속히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외교부 과학기술협력대사,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전 OECD 인공지능전문가그룹(AIGO)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