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공원에 산책나온 젊은 주부가 있었다. 아기가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노파가 혀를 끌끌 차며 안쓰럽다고 하였다. 젊은 주부는 크게 소리내어 웃으면서 말했다. “할머니, 얘는 마스크 쓰면 좋아해요.” 노파는 깜짝 놀라서 “왜?”냐고 물었다. 젊은 주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스크 쓰면 밖에 나가는 거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코로나가 일상생활에 제동을 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다. ‘post corona’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슬슬 ‘with corona’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 사이 우리의 일상은 엄청나게 변해 버렸다. 여기에 대응하는 태도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될 수 있을 듯 싶다.

하나, ‘이것은 변칙적인 상황으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 위의 예화에서 노파는 그러한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듯 싶다. 그들은 익숙하지 않은 이 상황이 두렵고, 장기간 지속되면서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지고, 하루빨리 옛날의 익숙한 생활로 복귀하고 싶어할 것이다. 둘, ‘코로나는 종식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일상은 엄청 변했고,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그 이전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니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 보자.’ 위의 예화에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주부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겐 코로나가 두렵기는 했지만,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 살다보니 이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여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셋, ‘예전에는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은 낯설지 않다. 왜 꼭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위의 예화에서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기에게는 비대면, untact가 당연한 일상생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에 대한 대응책들은 코로나 발생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일까? 돌이켜 보면, 마스크 착용, 상품 및 음식 배달, 화상회의 등 비대면 생활이 일부에서나마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 심지어, 전국민의 상식이 되어버린 mRNA라는 백신 기술도 이미 수십년 전부터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이렇게 보편화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극히 소수였을 것이고, 어쩌면 그들은 이전에 일반적으로 환영받지 못하였을 수 있다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기성세대는 대부분 첫째 또는 둘째 태도에서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 몇 가지 분명하게 생각하고 지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선, 비대면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비대면 매체들을 통하여, 예술, 과학,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견해들을 접하고 나누면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확증편향이 없어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다양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정도로는 국민의식이 높아진 만큼, 이에 부응하는 제도와 정책, 규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비대면 생활의 편리함이 이미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영국의 붉은 깃발법의 전례를 답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주변에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들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젊은 또는 어린 사람들의 엉뚱한 발상을 엉뚱하다고 치부해버려서는 미래에 닥칠 상황에 대하여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통해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음을 배운다.’고 하지만, 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되겠다. <전 서울고법 판사, 법원 상임조정위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