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팬데믹이 되어 지구촌을 공격하면서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독감보다 4배나 빠른 속도로 세계 곳곳으로 퍼지면서 전염성이 높은 다양한 변이형을 낳는 전격전, 인간 숙주를 빈부‧성별‧연령‧지역의 구별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무차별전, 상당수 환자가 증상 없이 전염을 시키는 스텔스전, 장소불문 공격을 하여 전선이 따로 없는 게릴라전의 복합 양상을 띠면서 인류의 대응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가들은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국경을 거의 폐쇄하고 밀집‧밀접‧밀폐를 피하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 진압과정에서 대두되는 중요한 문제가 인권보호다. 초기 방역에서 성과를 낸 K-방역은 검사‧추적‧치료(3T)에 의존하는데 검사와 추적 과정에서 개인 사생활을 많이 침해하게 된다. 환자와 접촉하거나 같은 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추적하기 때문에, 다수 관련자의 신용카드, 휴대폰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2주 동안 이동의 자유를 제약받게 된다. 방역상의 필요로 불가피하더라도 사생활 침해와 이동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르며, 관련 정보의 대외보안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관계 당국은 방역조치를 법령에 따라 시행해야 하고, 실제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수시로 점검하여 시정‧보완함으로써 인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

방역규제는 방역상 편의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따라 방역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설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부당히 침해해서는 안 된다. 영업시간, 규제대상 영업의 종류와 강도, 방역조치 내용 등에서 형평성과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사례가 적지 않은바 시정되어야 한다. 환자로 격리 수용되었을 때나 완치되어 일상으로 복귀한 사람에 대한 직장 퇴출 등 부당한 대우로 인권이 침해되어서도 안 된다. 가짜뉴스에 의한 인권 침해도 상당한 만큼 예방 및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 경기도의 외국인에 대한 강제조사와 같은 외국인 혐오‧차별도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점에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강제출국 약점을 이용한 불법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도 상당한데 코로나 진정 시까지 한시적이라도 이들을 보호하는 임시조치가 필요하다.

한편 방역조치에 이중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법 앞의 평등과 마찬가지로 대상에 관계없이 보편타당하게 적용함으로써 실효적 방역의 전제인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태극기 부대나 민노총 집회나, 교회나 사찰이나 성당이나 같아야 한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는 취약계층이 가장 크게 받고, K자 경제성장도 양극화 현상을 가중시키며, 특히 자영업에 대한 타격이 심각하여 경제적 인권에 대한 침해가 크다. 따라서 코로나19관련 국가 지원은 보편지원보다는 타격이 큰 피해자 중심의 선별지원으로 취약계층의 생존권 보장에 힘써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이 디지털화를 촉진하면서 이에 따른 인권침해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정부와 정치권은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팬데믹이란 초유의 사태에 대응하는 데는 과학, 신뢰, 투명성, 공동체의식, 생명존중, 약자배려의 정신으로 공론의 장을 통해 최적의 방역기준 설정과 시행이 이루어지는 것만이 민주사회 방역의 성공을 담보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