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등 섬 혹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력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결혼과 출산이 더 줄어들었고, 코로나19가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매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정부 정책을 만들어,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며,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잘 알듯이,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러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0년에 마련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취업률의 감소 등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성차별적인 노동 관행 등 노동시장의 여러 조건, 전통적인 가족가치 및 규범의 지속 등 가치관을 포함한 문화적 요인, 그리고 출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구학적 경로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산은 결혼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저출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인구학적 경로는 미혼층에서 결혼의 감소, 그리고 기혼층에서 출산의 연기 혹은 출산의 포기로 요약된다.

청년이 주를 이루는 미혼층은 더 높은 교육 성취의 추구, 노동시장에서 안정적인 직업 확보의 어려움,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주택의 높은 가격 및 부족 등으로 결혼을 못하거나 미루고 있고, 기혼층은 역시 안정적인 직업의 확보, 주택문제, 자녀양육 및 교육의 높은 비용, 어린 자녀 돌봄의 어려움 등으로 출산을 미루거나 회피하여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증가하는 교육수준과 변화하는 개인의 삶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한국의 여러 사회 및 가족제도, 여전히 전근대적인 가족규범, 가사 및 돌봄의 불공평한 분담, 높은 경력단절의 가능성 등으로 비혼을 택하거나 출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한국사회의 저출산이 심화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저출산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에서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현실이 놓여있다. 21세기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풍요로운 사회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사회도 이룩하여야 하고, 특정 성, 지역, 연령, 교육수준, 직업,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포용적인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개개인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으며, 열심히 일한만큼 댓가가 주어지는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는, 즉 지속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결혼과 출산의 재생산도 인생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의 저출산을 출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육, 취업, 주택, 돌봄 등에서 비롯된 결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내 자신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여러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에서 살고 있고, 내 자녀 또한 그런 넓은 의미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아갈 것이란 확신이 들 때, 비로소 결혼과 출산의 재생산이 이루어지고, 한국사회는 저출산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