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연재 시리즈

올해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가 수립된 지 5년을 맞는 해이다.‘단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Leave No One Behind)’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채택 후 5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그 해답을 얻고자 UN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보고서 작성을 위한 독립과학자그룹 위원으로 활동한 이화여자대학교 김은미 교수의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특별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COVID-19)의 발생으로 온 지구가 전례 없는 대혼란을 겪으며 국가들은 국제협력보다는 국경을 폐쇄하는 국수주의로 돌아서고, WHO 등 국제기구의 감염병 대응능력에 의문을 품은 채 저마다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전 세계가 함께 약속한 SDGs는 인간과 자연계의 공존, 불평등의 감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대책을 제공한다. 글로벌 팬더믹 해결을 위해서라도 SDGs가 주창했던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SDGs 이행을 전 세계 공동의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이다. UN과 WHO 등 국제기구들이 보다 확고한 리더십을 갖고 국제 협력과 공조를 이끌어 냄으써 COVID-19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러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례 없는 전 세계 팬더믹 상황에서 SDGs 이행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2020년 6월 21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 수는 879만 명을 넘었고 누적 사망자 수는 47만명에 육박하며, SDGs 목표 중 보건 관련 목표인 3. <모든 세대의 건강한 삶과 웰빙 증진>은 큰 위협에 놓였다. 그중에서도 세부목표 3.2 보건 취약계층 보호와 3.3 전염성 질병 예방 및 관리는 특히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 뿐 아니라, 교육에도 비상이 걸렸다. UNESCO의 발표에 따르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북미, 남미에서 내려진 휴교령으로 약 3억 9천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면서 목표 4.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도 위기에 놓였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기록적인 경기 침체로 전 세계 2천 5백만 명의 신규 실업자가 양산될 것으로 ILO는 전망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예외 없이 전 UN 회원국이 목표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달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목표 10. <모든 종류의 불평등 해소> 역시 역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선진국의 경제위기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해외투자 및 국제개발협력과 공적개발원조가 감소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은 목표 <9. 산업혁신과 사회기반시설 확충> 달성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선진국으로의 수출, 인력 수급 등 모든 면에서 빨간 불이 켜지면서 개발도상국, 특히 취약국은 경제전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면서 SDGs의 1번 목표인 빈곤 퇴치에 비상 경보등이 큰 소리로 울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코로나로 인한 보건의 위기가 일자리와 관련된 경제 문제를 야기하고 불평등을 가속화하며 빈곤 퇴치에 역주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2019년 발간된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보고서(Global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GSDR)에서 권고한 것처럼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초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재확인시키며 공동의 번영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과 취약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반목과 국경 폐쇄 대신, 국제적 연대와 협력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함을 새삼 일깨운다.

당연했던 일상을 다시 찾아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SDGs의 기본 정신인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Leave No One Behind)’는 슬로건을 다시금 되새기며 코로나로 인한 대전환기에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SDGs 이행에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COVID-19에 대한 근본적 문제 해결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표류됐던 지속가능벌전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채택하여 현재 환경부 소속으로 되어 있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에 있어 전 세계 모범이 된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금 COVID-19이 무방비 상태로 우리를 위험 속에 빠뜨리지 않도록,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 실현에서도 세계적 리더십을 보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국제개발협력연구원 원장, 현 이화글로벌 소녀‧여성 건강 연구원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장‧국제대학원 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