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우리 인류, 우리나라, 우리 사회에 큰 위협이 되었다. 한때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맹위를 떨칠 때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진정 걱정이 엄습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K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 덕분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모범적으로 코로나 사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나라가 되었다.

다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K 방역으로 코로나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보인다. 그 예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로 대표되는 ‘거리두기 정책’을 들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데 기여한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신속한 코로나 검사 덕분에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급속하게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재택근무나 비대면 강의처럼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을 체험해야 했지만, 우리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적극 참여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개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관계에 거리를 두라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사회적 접촉’을 적게 하라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차원에서 물리적인 거리를 두라는 의미로 새길 수 있다.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물리적인 대면접촉을 줄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이다. 이는 거리두기를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로 구별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회적 차원의 물리적 거리두기로 파악하고 있지, 사회적 관계에 대한 거리두기로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직관적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리적인 거리를 두라는 본래 의미보다 사회적 관계에 거리를 두라는 의미로 보일 때가 많다.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인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코로나와 관련된 이분법 문제가 그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가 적극 시행되면서 다양한 이분법 문제가 새로운 인권 문제로 대두한다. 안전과 자유의 이분법, 안전과 개인정보의 이분법, 코로나 대응에 따른 ‘포함/배제’의 이분법, 코로나에 따른 경제적 이분법 또는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그것이다. 특히 코로나 확진자의 위치정보가 실시간 공개되면서 코로나 확진자 또는 확진 우려자를 비확진자와 구별하고 배제하는 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마치 이들을 시민과 안전의 적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거리두기로 왜곡된 것이다.

특정한 개념은 언제나 구별을 전제로 하고 구별은 ‘포함/배제’라는 이분법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야기하는 이분법 역시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코로나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구별하면서 확진자를 우리의 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본래 의미를 고려할 때 어떻게든 피해야 할 일이다. 포용국가가 정책 목표로 제시되고 심지어 디지털 포용까지 강조되는 요즘의 상황에서 볼 때 코로나로 신음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포용해야 하는 우리의 친구들이다. 거리두기가 사회적 관계에 대한 거리두기가 아닌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본래 의미로 제대로 안착되었으면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