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동감(sympathy)과 공감(empathy)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마도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보다 필요하다는 시대적 자각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말이 무심하게 혼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럴 일만은 아닌 듯싶다. 두 말 사이에는 미묘한 느낌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두 말의 공통 어근은 감성(-pathy)이다. 여기에 ‘동감’에는 ‘같게’라는 접두사가, 그리고 ‘공감’에는 ‘함께’라는 접두사가 각각 붙어 있다. 그래서 앞말은 ‘같게 느낀다’, 그리고 뒷말은 ‘함께 느낀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동감’은 나와 상대 사이에 거리감이 그냥 남아 있지만, ‘공감’은 둘 사이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동감’의 주체인 ‘나’는 상대인 ‘너’의 느낌을 이해하고 때론 연민한다. 상대적으로 ‘공감’의 주체인 ‘나’는 상대인 '너‘의 느낌에 역시 동감한다. 그런데 그 동감과정에서 ‘나’는 무의식적인 감정이입을 거쳐 ‘너’와 함께 한다. 이때 둘은 아주 가까이 정서적 교감을 느끼기 때문에 결국 ‘나’는 ‘너’와 같은 행동까지를 나눌 수 있다.

우리가 가끔 보는 고흐(Vincent Gogh)의 자화상이 있다. 모두 서른일곱 점의 자화상을 그렸다지만, 그 중에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한쪽 귀를 붕대로 감고 있는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자신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함께 지내던 고갱 (Paul Gauguin)과의 그림 논쟁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고흐는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이 자화상은 이렇게 상심한 나머지 자신의 귀를 자르는 자해행위를 저지른 후에 그린 그림이다. 어떤 사람은 이 그림을 보고 단순히 동감하고 연민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자신의 귀를 무의식중에 더듬더듬 만져볼 수 있다. 고통까지 함께 나눌 수도 있다. 이 두 사람은 동감과 공감 사이에 서있다.

지난 여름장마는 길기도 했지만, 많은 수해를 남겼다.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은 극심했다. 물난리를 피해 소들이 지붕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 것은 홍수에 밀려 80여 킬로미터를 떠내려갔다 다시 주인의 품에 안긴 기적 같은 장면이었다. 주인은 소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그리고 고삐를 풀어주었다. 우리는 여기서 동감하고 연민한다. 더 나아가면 자신의 이마를 만지면서 묻어나는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동감과 감동의 사이다.

감성과 개별성이 존중되는 인문 분야에서는 이런 몰입의 주제가 깊이 논의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리가 강조되는 분야에서는 이런 논의가 종종 경계를 받을 수 있다. 심리학자 블룸(Paul Bloom)은 「공감의 배신 (Against Empathy)」에서 감성은 현실사회에서 합리적 사고로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공감을 잘하는 의사를 좋은 의사라고 흔히 말하지만, 실은 의사가 고통 받는 환자를 연민한다든가 또는 함께 고통을 느낀다면 이는 객관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지적을 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류역사의 중요한 가치가 사랑과 같은 인간관계임을 감안하면, 우리는 동감이니 공감이니 하는 느낌의 태도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야 한다. 동감이 사랑의 단순 느낌이라면 공감은 사랑을 느끼고 몸소 옮기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