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일깨운 인권의 현실

국내의 코로나19 첫 사망자는 청도 대남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서 20년간 수용되어 지냈던 정신장애인 A씨였다. 당시, 그의 몸무게는 42kg. 그의 깡마른 웅크린 주검은 그에 대한 애도를 넘어서 우리 모두에게 설명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의 ‘피오 알베르고 트리불치오’ 요양원에서 약 180명이 사망한 사건을 인재로 보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스페인의 한 요양원에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노인들의 버려진 주검들이 군인들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을 경악케 했다. 우리나라도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4명 무더기로 발생하는 등 요양원과 같은 노인들이 밀집된 시설의 집단 감염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왜 코로나 19로 인한 공포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노인들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 증폭되고 있는가.

5년 전,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 때 감염병에 대한 장애인의 의료적 대책 방안과 행정적 지원이 요청되었지만 국가지원은 전무했고 장애인을 비롯한 의료 취약 계층의 피해가 많았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러한 감염병이 다시 오기 전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시민사회는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심지어 아직도 국가를 상대로 한 메르스 관련 소송에 재판부조차 응답이 없다.

올해 2월,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희생은 어김없이 장애인과 노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공공의료체계에서 소외된 폐쇄병동과 요양원에서 살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장애인단체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을 위한 정부의 적절하고 신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모든 요양원과 장애인주거시설의 전수 조사가 실시됐고 청도의 대남병원의 감염된 확진자들은 서울의 음압병원 등으로 이송되어 개별적인 치료를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간의 신속한 협력이 빛을 발휘하였다. 감염병의 재난 상황에서 민관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 기회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왜 희생자들은 연고가 없는 곳에 집단적으로 수용되어 재난에서 방치되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코로나 19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유엔의 권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제19조 자립적으로 생활하기와 사회통합에 관한 조항에서 “장애인들은 특정한 거주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으며” 나아가 “지역사회로부터 소외와 격리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별지원을 포함하여 각종 가정 내 지원서비스, 주거 지원서비스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권고들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조항들은 장애와 노령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재난이 왔을 때 지역사회 속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들도 인류공동체의 일원으로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가 보장되려면 집단적인 거주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인과 노인이 인간적이고 안전하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우리는 코로나 19를 통해 장애인과 노인 등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어 방치될 때 의료지원 체계에 취약한 그들의 희생으로부터 비극이 시작되어 전 인류에게 확산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왜 감염병 등과 같은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정책과 지원체계가 인권을 기반으로 수립되어야 하는가를 깨닫는다. 인권이 미래의 재난을 대처하고 준비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전문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