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두 개의 극단적인 의견이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심각한 갈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갈등 심화 이면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우리 경제가 과거와는 달리 경제의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경제적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보다는 경제적 파이를 어떻게 나누는가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세상의 모든 문제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갈등을 통해 양측의 극단적인 의견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절충점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 현상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양측 진영에서는 자기 측의 의견만이 정당하고 상대방의 의견은 틀렸거나 심지어 사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건전하고 이성적인 비판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욕설까지 동원해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등 비이성적인 비판까지 서슴지 않아 양측의 대립과 반목 현상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갈등을 봉합하여 국민 화합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정치인들이 이를 방조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측면까지 나타나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 간 갈등을 조장한 사례는 많이 찾을 수 있다. 나치 정부나 소련의 스탈린 정부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조장하는 갈등의 진정한 목표가 상대 진영을 소수화해서 탄압하고 자신들의 정치 권력을 견고화하고 독점화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형태의 갈등과 대립은 국가 전체적으로 민주주의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자원을 낭비할 수 있다. 터키 출신 저명한 경제학자 대론 애쓰모글루 MIT대학 교수와 정치학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학 교수는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역사적 사례 연구를 통해 국가의 성패 요인을 정치 사회가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와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를 채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착취적 제도는 소수 그룹이 나머지 국민을 착취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는 통치제도로, 포용적 제도는 다수의 국민이 통치과정에 참여하여 착취가 최소화되는 통치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의 핵심은 포용적 제도에서는 다수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기 때문에 권력이 사회 전반에 고루 퍼져 있고 번영의 혜택도 널리 분배되기 때문에 모든 국민에게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부여되어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착취적 제도에서는 소수의 특권 계층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나머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들을 착취하는 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사라져 경제 성장을 정체시켜 궁극적으로 국가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역사적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두 제도의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포용적 제도는 혁신 에너지의 발생을 통해서 제1차 산업혁명이 발생한 영국의 사례와 같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국가를 성공으로 이끄는 반면 착취적 제도는 혁신이 기득권의 저항으로 좌절되면서 경제 성장의 정체를 통해 국가의 실패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환경을 보면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가 정보통신기술, 인공 지능 및 로봇 기술 등의 급속한 발달로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산업이 창조해야 하는 대변혁기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야만 한다. 경제 성장을 지속해야만 경제적 파이를 늘릴 수 있고 경제적 파이가 늘어나야만 경제적 갈등 축소를 통해 다른 분야의 갈등도 완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중지를 모을 수 있는 갈등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은 상대방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만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똘레랑스 (tolerance)라는 프랑스 말이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해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똘레랑스 정신이 절실한 시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