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2012년 6월 28일 행복추구를 인간의 기본 권리이자 인류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선언한 유엔 결의안(A/RES/66/281)을 만장일치로 채택함으로써 인권의 개념과 목표를 ‘행복추구’로 구체화했고, 3월 20일을 ‘국제 행복의 날’로 정해서 세계 행복 보고서를 매년 출간하고 있다. 평가 자료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구매력 기준 GDP), 건강 기대수명(세계보건기구),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가지 변수와 행복의 관계를 덧붙여 쓰고 있다.

2019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56개국 중 54위로 다수의 중남미 국가들, 코스타리카(12위), 멕시코(23위), 칠레(26위), 과테말라(27위), 파나마(31위), 브라질(32위)이나 아시아의 대만(25위), 싱가폴(34위)이나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21위), 사우디 아라비아(28위), 카타르(29위), 바레인(37위)보다 훨씬 낮았다.

‘건강 기대수명’(9위, 73.3세)과 ‘1인당 GDP’(27위), ‘관용’(40위)에선 상위권이었으나, ‘선택의 자유’(144위), ‘부정부패’(100위), ‘사회적 지지’(91위) 등에선 하위권이었다. ‘관용(generosity)’은 지난달에 기부금을 낸 경험이 있는지, ‘사회적 지지’는 곤란에 처했을 때 언제든 도움을 청할 친구나 친지가 있는지, ‘선택의 자유’는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정도에 만족하는지, ‘부정부패’는 정부와 기업을 통틀어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 평가한다. ‘선택의 자유’와 ‘부정부패’와 ‘사회적 지지’가 하위권에 있는 것은 사회 안전망이 미흡하여 불안하고, 사회가 부정직하고 불투명하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의존적으로 살아야 하므로 불만족스러운 것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선택의 자유’가 156개국 중 144위인 것은 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삶의 비전과 목표를 가지지 못하고 삶을 환경이나 조건에 맞춰 수동적이거나 반응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분명한 목표와 확실한 목적지를 스스로 선택해서 정하고 일할 때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하다. 심리학자 에락 클링거는 ’인간의 뇌는 목적 없는 삶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은 의미를 향한 의지가 충만한 존재다. 의미는 우리 삶에 질서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준다.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기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고 자기가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가 추구하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자기 확신이 있어야 불안하지 않고 두렵지 않다. 사람은 꿈과 희망이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할 때 행복하다

’사회적 지지‘가 156개국 중 91위인 것은 우리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인간관계가 미흡함을 나타내고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 전문가인 로버트 웰딩거 박사는 2016년에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38년부터 2013년까지 75년간의 연구 결과 얻은 메시지는 친밀하고 좋은 인간관계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고 우리 육체 뿐 만 아니라 두뇌도 보호한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느끼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기억력은 오랫동안 잘 유지된다는 것이다.

행복지수 하위권에 있는 ‘선택의 자유’나 ‘사회적 지지’를 제고 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신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추구‘를 인간의 기본권이자 인류 궁극의 목적으로 볼 때 인권의 의미를 기본적인 소유 욕구의 차원을 넘어 자기실현의 관계 욕구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기실현의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의 정립이다.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있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직면해도 자신을 사랑하고 격려하며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을 대한다. 그리고 바람직한 비전과 뚜렷한 인생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명의식을 갖게 되고, 영적,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 시간 관리를 잘하며 자기 생활의 주인공으로 살므로 자기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를 통해서 찾아온다. 행복은 관계의 기쁨이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노력을 하면 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성이 향상되어 인간관계가 좋아진다. 톨스토이는 인생론에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노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때 비로소 자신의 행복이 실현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한 생활만이 진정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혼자만의 행복을 구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노력을 계속하면 결국 내 인생의 행복이 실현되고 인권이 존중되는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한국장학재단 초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