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북동쪽에 세미팔라틴스크라는 도시가 있다. 구소련이 핵실험장으로 이용하던 곳이다. 1949년 첫 번째 핵실험 이후 1989년 까지 40년간 세미팔라틴스크의 지상과 지하에서는 456회의 핵실험이 이루어졌다.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유출은 실험장에서 160km 떨어진 곳까지 피해를 입혔다. 구소련 정부는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그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 컸다고 한다. 당시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버섯모양의 핵구름을 보면서 멋있다고 감탄할 정도로 핵실험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세미팔라틴스크에서의 핵실험으로 인해 약 150만명이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었고, 약 120만 명은 2차 오염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로 인한 인적 피해와 고통은 엄청나다. 수만명이 사망하였고, 각종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암, 백혈병, 기형아 출산 등 방사능 피폭의 영향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일본의 과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세미팔라틴스크 지역에서 방사능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증상은 실제 핵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해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적 피해 못지않게 환경 피해도 컸는데, 한국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약 30만 ㎢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괴물(monster) 또는 죽음의 도시라고 불리는 세미팔라틴스크의 사례는 핵무기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그리고 핵무기 실험만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참혹하게 훼손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핵무기의 위험성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권’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은 21세기에만 6차례나 핵실험을 한 유일한 나라이다. 6차례의 핵실험은 함경북도에 위치한 풍계리라는 작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핵실험장에서 남쪽으로 불과 30km 떨어져 있는 곳에 인구 14만명의 길주읍이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풍계리 쪽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며, 핵실험이 있었을 때 땅이나 집이 흔들리 정도의 강한 진동을 느꼈다고 한다. 이곳의 주민들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할까? 방사능 피해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이곳 주민들도 피폭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있다. 길주 지역에 살다 탈북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가 2016년 진행되었는데,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2010년 경부터 주민들 중에 암, 결핵 환자가 늘어났으며, 두통과 감각기능 저하 등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구 소련 정부가 그랬듯이 북한 당국도 주민들에게 핵실험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지 않아 북한 주민들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몸에 이상 증세가 생겼는데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그저 ‘귀신병’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탈북한 이후에야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 대한 다큐멘타리 등을 보고서 자신들이 목격했던 길주 주민들의 이상 중세가 피폭 환자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최근 뉴스 보도에 따르면 평안남도의 우라늄 광산 지역 주민들이 암을 비롯한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곳 광부들이 방호장비 없이 우라늄 광산에서 일하고 있기에, 이 역시 방사능 오염에 의한 발병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 미국 전문가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의 우라늄 공장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이 서해로 흘러들어 바닷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조사와 보도는 비록 아직 의혹 제기에 그치고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이 인권에 대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통일 이후 우리 민족이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땅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남쪽 주민 개개인에게 주는 공포와 심리적 압박도 너무 크다.

그렇기에 한반도 구성원 모두에게 정식적, 육체적 고통을 주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당장 중지시키고,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기 위한 노력에 조금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본 연맹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