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다. 이 제도 시행 이전의 사법시험제도는 오로지 시험에 의하여 법조인을 선발함으로써 수많은 대학생들이 전공에 관계없이 사법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에 학부교육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장기간 시험준비로 인하여 ‘고시낭인’을 양산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하였다. 이에 정부는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2009년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의 선발’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으로 제도를 변경하였다.

교육을 통하여 양질의 법조인 양성하려면, 우선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충실한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조인의 양성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실무교육과 실습교육 및 특성화 프로그램 등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변호사시험 응시자가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는지 여부를 검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변호사시험법에서는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고(제2조),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시험이어야 한다(제1조)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시험이란 일정한 자질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고, 일정한 인원을 제한적으로 뽑는 선발과는 다른 의미이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은 법조인으로서의 기본소양 및 자질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사람은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는 것이 변호사시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당시에 법무부도 "변호사시험은 종래의 사법시험과 달리 소정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라고 공언했다(법무부,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시험, 선진법률문화를 향한 도약입니다」, 2009. 3, 5쪽). 또한 2011년 6월 법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변호사시험을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자격시험으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며, “시험도 이에 맞춰 변호사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한다”고 명시했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취지나 당초 법무부의 발표와는 달리, 그동안 변호사시험은 합격자를 '입학정원의 75% 이상'(사실상 1,500명 내외)으로 설정하여 ‘정원제’ 합격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 결과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자의 87.15%이었지만, 그 후 점점 감소하여 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자의 49.45%로 하락하고, 올해 시행된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49.45%로 다소 상향 조정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변호사시험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오게 되니,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보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 간에는 학습분량 및 시험의 난이도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서, 특정과목에 대한 응시자의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인권법이나 금융법 등 많은 대학에서 특성화과목으로 선정한 강의가 시험과목에 포함되지 않아 상당수 폐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법률전문가의 양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 밖에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는 정책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하여 정원의 7%를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지방 법학전문대학원들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의무적으로 정원의 20%(강원대와 제주대는 10%)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변호사시험이 정원제 합격 방식으로 운영됨으로써 합격률이 50% 정도에 불과한데다가 특별전형이나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더욱 낮기 때문에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지역인재로 입학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안겨 주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므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취지에 따라 교육을 통하여 양질의 법조인 양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하고, 변호사시험은 교육과정에서 배운 법률지식과 실무능력을 검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며, 응시자가 일정한 점수 이상을 취득하면 합격되는 자격시험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