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7월에 개최된 UN 경제사회이사회에서 칠레 대표는 미국정보기관(CIA)과 다국적기업 ITTC(International Telephone and Telegraph Company)가 칠레군부의 쿠테타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UN에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촉발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1973년 칠레의 아옌데 정부가 피노체트 군부에 의해 무너짐으로써 칠레 대표의 위 주장은 사실로 드러나게 되었다 (기업과 인권에 관한 보고서, 국가인권위원회 2013). 이 사건을 계기로 1975년 UN은 다국적기업위원회(Commission on Transnational Corporation)를 결성하게 되었고,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다국적기업 행동준칙안을 제정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하였다.

원래 인권개념은 시민과 국가의 대립 속에서 생겨났다. 시민들이 국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인권의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따라서 기업이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을 함에 있어서 국가의 통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연유로 UN에서 기업과 인권에 관한 논쟁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1996년 라이프 잡지에 NIKE 사의 축구공을 꿰매는 12살 소년의 사진이 실렸고 그 후 NIKE를 비난하는 국제적 여론이 비등하게 일어났다. 파키스탄 국적의 이 소년은 하루 14시간 동안 똑같은 자세로 앉아 무릎 사이에 가죽 조각을 고정시킨 채 축구공의 조각들을 꿰매는 중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 일로 인해 NIKE사는 매출이 급감하고 주가가 폭락했으며, 수많은 직원들을 감원해야만 했다. 존폐의 위기에 처한 회사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인권, 노동기준을 강화하고 준수하는 1차 전략을 세우는 한편, 2011년까지 2차, 3차에 걸쳐 총체적인 시스템 개혁을 추구하는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해 나갔다. 이로 인해 NIKE사는 인권경영을 잘 실천해가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결국 기업들은 인권경영을 하지 않을 때 오는 비즈니스 리스크가 너무나 큼을 경험한 뒤 예방적 관점에서 이를 실행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일찍이 인권경영의 필요를 느끼고 인권친화적인 기업으로 변신해나가는 기업들이 산업 각 분야에서 확산되어가고 있는데, 그 예로 영국의 최대 은행인 Barclays, 덴마크의 제약회사인 Novo Nordisk, Nike, Microsoft, Royal Dutch Shell Group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권경영이란 국제적으로 정립된 인권규범을 이행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위에서 열거한 회사들은 기본적으로는 세계인권선언을 지지하고 일상적인 경영에 이를 반영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앞에서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기업이 ‘기업과 인권’에 관한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 기업과 인권에 관한 논의는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급속하게 세계화되고 그 영향력이 증대한 다국적 기업(2007년 노키아의 연간 매출액은 핀란드 정부예산보다 20% 많았다)을 개별 국가가 제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국제법상으로도 그 활동을 제한할 규제 방법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1999년 다보스 포럼에서 책임 있고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가 함께 약속한 공동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 후 2008년 6월 UN 총회는 UN 사무총장 특별대표인 John Ruggie 하버드대 교수가 제출한 ‘기업과 인권을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는 비정부단체인 기업에 의해 침해 받은 사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둘째, 기업은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셋째, 국가는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구제해야 한다. 이렇듯 UN은 기업이 인권경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혔고, 이는 국제적으로 승인되었다. 또한 UN은 국가로 하여금 정책적 제도적 수단을 통해 기업이 그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EU에 속한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역할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과 인권이라는 새로운 이슈에 대해 공감하고 적응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전 공기업을 중심으로 퍼져가는 인권경영 확산문화가 민간기업으로도 확장되어 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