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가장 균형적이고 이상적인 비율이 1:1.618이라고 주장했다. 일컬어 황금비율 또는 황금분할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는 1, 1, 2, 3, 5, 8, 13…으로 이어지는 ‘피보나치수열(數列)’이라는 것을 내놓았는데, 앞의 두 수를 더한 숫자로 무한 전개되는 그 수열의 극한치는 황금비율로 수렴된다고 한다.
황금분할이나 그에 유사한 비율은 건축물, 조각품, 자연현상, 생활용품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피라미드와 파르테논 신전, 밀로의 비너스상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해바라기씨 ․ 솔방울 ․ 꽃잎의 나선형태 배열, 명함이나 신용카드 등이 그에 속한다. 우리의 옛 어른들은 1:1.414를 이상적인 비율로 여겨왔는데, 금강비(金剛比,) 또는 백은비(白銀比)라고 부른다. 석굴암의 석실, 부석사 무량수전 등 빼어난 건축물의 설계에 적용되었다. A4 용지의 가로 세로 비율도 금강비율에 가깝다고 한다.
자로 잰 듯 1:1로 똑같이 갈라놓은 기계적 평등이나 대칭적 분할이 이상적인 분배는 아니다.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비율은 1:1의 정비례가 아니라 1:1.414의 금강비나 1:1.618의 황금비례다. 큰 쪽도 작은 쪽의 배(倍)가 넘도록 과욕하지 않고, 작은 쪽도 큰 쪽의 절반 밑으로 옹색하지 않은 조화로운 만남이다. 서로 다른 크기의 부분들이 각자의 특성을 지닌 채 상대와 넉넉히 어우르며 보다 큰 전체의 공화(共和)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생명과 자연, 예술과 생활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1:1로 깨끗이 갈라선 관계에는 ‘나눔’이 있어 좋지만, 그보다는 ‘나뉨’의 증오가 더 크게 꿈틀대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나눔을 외치며 가진 자들을 비난하는 기계적 평등주의자들 가운데는 자기 자식을 그 못된 ‘가진 자’로 키워내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눔이 정의의 이념에서보다 혹 질시와 증오의 본성적 감성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이런 나눔은 정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다른 나뉨으로 치달을 뿐이다. 제 아들딸을 외고 ․ 자사고 또는 영재고 ․ 과학고에 보내 졸업시킨 뒤에는 그 학교들을 귀족학교라고 비난하며 폐교를 주장하는 어떤 이들을 보면, 그 뒤틀린 이념의 민낯이 어른거리는 듯하다. 1:1의 대칭적 평등을 남들에게만 요구할 뿐, 자신과 제 가족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누기보다 먼저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성장논리가 꼭 올바른 것도 아니다. 오늘의 풍요를 가져온 성장 구호는 단기간에 기적 같은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풍요의 짙은 그늘, 양극화의 처절한 비극을 만들어왔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총인구의 5%밖에 안 되는 부자들이 전 국토의 52%에 해당하는 사유지의 83%를 소유하는가 하면, 상위 10% 부유층의 소득이 국민 전체 소득의 50.6%를 차지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나눔이 없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부유층 대 빈곤층의 대립과 갈등이 극심해지고, 결국 혁명이나 민란(民亂) 등 강제적 나눔의 힘이 발동돼왔다는 것이 역사의 증언이다. 나누지 않으면 나뉘고 만다.
각자의 것을 서로 나누면 어느덧 상생(相生)의 하나가 되어간다. 나누면 둘이 되어야 할 텐데, 둘이 되지 않고 신비롭게도 하나로 융화되어 간다. 이것이 아마도 천사의 수학이 아닐까? 반면에, 한 번 움켜잡은 것을 부둥켜안고 나누지 않으면 종내는 서로 나뉘고 만다. 어쩌다 내 손에 굴러들어온 것을 한사코 놓지 않으려는 천박한 집착이 나눔이 아니라 나뉨으로, 상생이 아니라 상쟁(相爭)으로 휘몰아간다. 나누지 않으면 하나 그대로 있어야 할 텐데, 하나가 아니라 오히려 둘로 나뉜다. 이것이 분명 악마의 셈법일 것이다.
나눔과 나뉨은 글자로는 불과 한 획의 차이 밖에 없지만, 그 품은 뜻은 남북의 두 극지(極地)만큼이나 서로 정반대의 길을 치달린다. 소통과 탕평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네 정치의 고질적 후진성도 한번 틀어쥔 권력을 여러 정치 주체들과 함께 나누지 않고 한 정파가 홀로 독점하려는 과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공동체가 지닌 유형 ․ 무형의 자산을 고르게, 그리고 적정하게 나누는 일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건전한 생존과 밝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나눔과 나뉨… 글자 한 획이 평화와 분쟁을, 상생과 상쟁을, 공생과 공멸을 가른다. 황금비율 ․ 금강비례의 소중한 나눔을 제쳐둔 채 기계적 평등, 대칭적 분배만을 외치거나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의 제로섬 게임에 몰두해 있는 듯한 이 우울한 시절, 우리들 서로는 지금 나누고 있는가, 나뉘고 있는가? 천사의 수학을 성실히 배우는가, 악마의 셈법 풀기에 골몰하고 있는가?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전 서울행정법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