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명한 민요 또는 국민가요로 알려진 ‘백학(白鶴)’이라는 곡이 있다. 나는 이 곡을 참 좋아한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으로 쓰였다”라고 좀 더 부연설명을 하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번역하는 이에 따라서 세부적 차이는 있지만, 이 곡 가사의 기본 취지는 ‘나라를 위해 싸운 그 병사들을 기억하자. 그 병사들의 혼이 담긴 저 학(鶴)을 길이길이 기억하리라’는 의미다.

누군가가 기억해 주는 죽음은 헛된 죽음이 아니다. 고결하고 숭고한 한 편의 삶이고 드라마다. 공동체는 이 사람들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후세가 나를 또 그리워하고 기억한다. 이러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정치(精緻)한 공동체를 위해서, 중요한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의 몫이다.

오롯이 그의 능력이 수천만 명에게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또 구약성경 속의 모세(Moses)처럼 더 나은 가나안 땅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된다.

자유, 평등, 우애를 신봉하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국가(國歌)인 “라 마르세이유(La Marseillaise)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사가 어떤 뜻인지 알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싸우자, 복수, 적, 영웅” 등의 가사가 함축하듯, 이 곡 또한 조국(祖國)에 대한 애정과 투쟁과 긍지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에는 ‘비목’, ‘초혼’, ‘아침이슬’ 등 듣는 이의 피를 끓게 만드는 다양한 곡(曲)이 있다. 물론, 여러 세대 전에는 ‘아리랑’이라는 구심점의 곡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만드는 다양한 삶들에는 어떤 구심점이 존재할까. 생에 대한 집착? 조국의 발전에 대한 염원?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후세에 보여주고 싶다는 책무? 그러면, 그 구심점을 대변할 수 있는 곡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리랑의 선율이 대변하던 식민치하의 분기탱천을 삼키는 구슬픈, 울 밑에 선 처량한 ’봉선화’도 있었고, 전쟁의 암울함을 담은,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목을 놓아 찾았던 ‘굳세어라 금순아’를 떠올리는 곡도 있었다.

안도현 시인의 유명한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라는 시(詩)는 이렇게 일갈(一喝)한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 있게 말하건대, 우리는 뜨겁다. 우리는 정(情)도 많고 한(恨)도 많은 뜨거운 민족이다. 우리의 아버지는 뜨겁고, 우리의 어머니는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을 자식에게, 후세에게 표현할 방법을 미처 배우지 못 했다. 그럴 땐, 그 마음을 눈물 나게 마음에 쏙 들게 잘 표현한 노래가 있다면, 그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는 것으로 애정표현에 갈음할 수 밖에 없다.

여보게, 대한민국인이여. 귀하는 그런 곡을 가졌는가. 자신만의 그런 곡이 있는가. 그런 곡을 들으며, 가슴 벅참 한 번 제대로 느껴 보았는가. 느껴 보았다면, 참 부러운 삶이다. 누가 뭐라든 그 자체 멋진 삶이다. 하얀 학처럼 고결한 삶이다.

모든 사람들이 지도자의 관점을 가지고, 그러한 안목을 가지고 산다면, 훨씬 살 만한 세상이 된다. 그런 세상은 꼭 와야 한다. 내게도 그런 곡(曲)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