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1999년에 제정한 관광윤리 강령(Global Code of Ethics for Tourism)은 관광의 행위 규범을 담고 있다. UNWTO가 회원국가에게 권하는 관광발전을 위한 조언이다. 강령은 1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요내용은 관광에 대한 보편적 권리와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강령이 제시하는 보편적 권리란 관광이 특정 계층의 향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개방된 권리임을 의미한다. 보편적 관광권의 증진을 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에게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세계 인권선언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 및 정기유급휴가 등의 권리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관광권의 증진은 단순히 시간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주어진 시간동안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프로그램의 공급이 요구된다. 시간은 있는데 선택할 것이 없으면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하지만 공급차원에서 관광권을 모색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요의 계절적 편향이 크고 자원이 제한적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편, 강령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980년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회의에서부터 제기되었다.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을 말한다. 과도한 개발은 환경파괴를 유발하여 미래세대에 대한 큰 부채가 되기 때문에 선을 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련하여 거점관광개발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대규모 개발로 자연이 훼손되고 외부자본이 유입되어 개발이익이 빠져 나가니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것이 당연하다. 한때 이런 대규모 거점관광개발의 대안으로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었다. 지역주민 중심으로 지역의 환경 및 문화자원을 소규모로 개발하고 학습형 관광을 도모하자는 매력적인 전략이었다. 지역에서 투자하였으니 개발이익도 지역으로 돌아와서 좋다. 많은 지자체가 생태관광 사업에 뛰어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것 같다. 관광객들은 생태관광에 지속적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며, 지역이 기대하는 수준의 수익창출이 생태관광으로서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또한 생태관광으로는 일 년에 4억 명이 넘는 우리의 관광수요를 채울 수 없으니 관광의 보편적 권리 증대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생태관광지라는 이름으로 매년 수백만 명을 유치하는 곳도 있으나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는 본질적으로 생태관광지가 아니다. 생태관광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개발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보편적 관광권의 증대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하여 지혜로운 개발 패러다임의 모색이 요구된다. 패러다임에는 우리나라의 수요 및 공급여건이 함께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거점이든 대안이든 모두 한계가 있어 보인다. 비판만 하기 보다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다행히 두 개발 방식은 상호 보완적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유통단지가 들어서면 수요가 단지로 빨려 들어가면서 주변 소규모 상가는 된서리를 맞게 된다. 하지만 거점관광단지는 오히려 단지로 유입된 수요를 주변관광지로 이동시켜준다. 관광객은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데 기본적으로 거점에서의 경험과 주변 소규모 관광지에서의 경험은 다르기 때문이다. 실증적 사례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강원도 지역의 H공원과 L생가는 주변의 대규모 거점관광단지 개발 후 수요가 오히려 증대되었다. 단지로 워터파크와 스키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의 상당수가 주변 관광지들을 찾기 때문이다. 거점 주변에 입지한 작은 관광지들은 거점에게도 도움이 된다. 관광객이 거점과 주변관광지를 묶어 이미지화 하면서 거점의 유인력은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막무가내 식 거점개발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입지의 특성이 고려 안 된 볼썽사나운 대규모 단지개발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거점개발은 우리나라의 관광수요와 공급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비난만 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수정과 보완을 통하여 진화시켜야 할 방식이다.

관광의 보편적 권리와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은 함께 가야 할 관광의 주요 규범이다. 관광수요는 크고 자원은 제한적인 우리나라가 선택해야 할 패러다임은 자원이 많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거점은 선택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거점과 주변의 소규모 관광지들은 상호 보완적으로 연계되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여건에 부합하는 패러다임의 개발과 제도적 보완을 위하여 노력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