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인 ‘4차 산업혁명 (Industry 4.0)’은 산업 전 분야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이뤄지는 산업구조의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변화를 말한다. 이 변화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로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Data), 모바일(Mobile)을 통합하여 제공되는 소위 ICBM 플랫폼을 꼽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공학 교육의 지원과 앞에 열거한 산업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18세기 중엽(1760년경)부터 19세기 초(1830년경)까지 영국에서 국민경제 전체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것을 저명한 역사학자인 A. 토인비가 “영국 산업혁명 강의(Lectures on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the Eighteenth Century in England)”(1884)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 및 경제의 혁명적 변화가 프랑스 혁명에 필적할 만한 세계사적인 사건으로 인식한 데서 비롯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산업혁명은 격변적이고 격렬한 현상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혁신의 과정이라고 보았으며 미래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견하였다.

당시의 ‘제1차 산업혁명’은 많은 사회문제를 초래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장의 출현에 수반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궁핍한 생활환경이었다. 더 나아가 노동관계 밑에 있는 공장 노동자의 궁핍화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이 격화되었고, 1811∼1812년과 1816년에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기계 때문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에 의한 기계 파괴운동이었다. 계속 진행되는 산업혁명과 더불어 인류는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있지만, 이는 이전의 전통적인 일자리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예를 들어 ‘1차 산업혁명’ 전까지 가장 유용한 운송수단이며 인간에게 힘(power)을 제공해 주었던 것은 말(馬)이었다. 그러나 ‘1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빠르고 힘 센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말은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마부, 마차 기술자, 말굽 제작자 등 말 관련 직업들도 자취를 감추거나 매우 위축되고 말았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엄청난 변화가 일자리 시장에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노동은 물론 창의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디자이너, 작곡가, 작가 등의 영역까지 빠르게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람답게 존재하기 위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권리, 즉 인권(人權)이 존재한다.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이기에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민족, 국적 등 지역적인 변수나 나이에 관계없이 적용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술발전의 속도와 규모가 너무 커져서 사람의 주체적인 결정이 별다른 의미가 없어진 시대가 되었다. 환자에 대한 정보만 입력하면 불과 몇 초 만에 치료법과 부작용, 치료 시 금기사항까지 알려주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의 사례에서 보듯, 초(超) 지능화된 인공지능은 어느덧 인류의 일상문제까지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인류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은 단순히 기계의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까지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여러 시각들을 종합해보면 ‘인공지능이 발달을 거듭해도 기계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구분 된다’로 요약된다. 단순문제 풀이, 정보의 저장과 습득 등은 인공지능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지만, 학습을 통해 습득한 것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전반에 녹여내는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과학기술 경쟁력을 길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찾아 창의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뉴턴을 잘 아는 학생이 아니라, 뉴턴처럼 생각하는 학생으로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말이다. 인간 본연의 영역인 ‘창의’, 그리고 본연의 가치인 ‘인권’을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켜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