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개선의 시급성과 과제

孫 在植(본 운동본부 이사ㆍ전 통일원 장관ㆍ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명예원장)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요 문명창조의 주체요 인격적인 존재다. 따라서 그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인격과 기본적인 권리가 존중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명의 발달과 민주화의 진전으로 지금 세계사람들의 과반수는 인권이 보호되는 민주사회에서 살게 되었다.

   민주화가 덜 된 전체주의국가에서조차 개방화와 자유화의 물결이 스며들어 국민의 기본권리가 조금씩이나마 점진적으로 허용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반도의 북반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일본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지 58년이 지나도록 자유와 기본권이 부정된 채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속박과 억압, 굶주림과 영양실조, 권력의 세습과 개인숭배, 집단수용과 강제노동 등 북한일반주민의 참상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물샐틈 없는 감시와 철통같은 통제체제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탈북민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동서독간 에 광범위하게 허용되었고 심지어 중국과 대만 사이에도 현재 허용되고 있는 이산가족의 상봉과 교류가 남북한 사이에는 일부 극소수의 1회성 상봉을 제외하고는 상호 생사확인과 서신 교환조차 허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한 당국의 자유억압의 정도가 얼마나 우심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 인권개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절실히 요청되거니와 그 중요한 것을 들면 다음과 같다.
   북한인권개선은 첫째로 북한 동포들의 품위있는 인격적 생활을 위하여 긴요하다.
   자유가 없는 생활은 노예의 생활, 우리에 갇힌 사육동물의 생활과 같다. 이는 비인간적인 생활이요 비인격적인 생활이다. 인간은 본래 자유롭게 태어났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하비리스나 호모 사파이앤스도 모두 자유롭게 생활하였다. 비단 정상사회의 사람들 뿐 만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자유를 누리고 있다. 하물며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있어서랴!

   북한인권개선은 둘째로 북한 사회의 발전과 북한 주민의 삶을 질을 높이기 위하여 긴요하다.
   사회발전의 원동력은 사회구성원의 왕성한 창의력과 능동적인 활동에서 용솟음 친다. 강제에 의해서 움직이는 피동적인 인간집단, 물질적인 인센티브가 결여되고 실적과 보수가 무관한 사회에서는 역동적인 발전을 할 수가 없다. 오로지 자유의지에 의한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고 공정한 보수로 동기부여를 할 때 비로서 사회는 활기에 찬 발전을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지난 반세기의 세계사가 웅변으로 실증하고 있다.

   북한인권개선은 셋째로 북한주민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하여 긴요하다.
   공산주의 혁명은 원래 계급없는 평등사회의 실현을 그 기치로 내 걸었다.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사회의 건설을 그 이상으로 표방하였다. 매우 매력적이고 바람직한 목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권력배분의 불평등, 주택배분과 식량배분의 불평등, 자유제한의 불평등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실상이다.    이 가운데서도 권력의 독과점은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는 정치적 자유가 없이는 정치적 평등이 없고 정치적 평등이 없이는 여타의 평등도 실현될 수 없음을 입증한다. 현대 민주주의국가처럼 최소한도 국민들의 정치적 참여의 권리와 함께 기회의 균등과 법앞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명실상부한 평등은 그 기회조차 갖기가 어렵게 된다.

   북한인권개선은 넷째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긴요하다.
   민주국가 상호간에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는 경험적인 법칙과 국내분쟁의 민주적, 평화적, 비폭력적인 해결절차와 방법이 발달되는 민주체제의 속성상 인권개선을 통한 북한의 민주화는 전쟁방지에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또한 북한이 민주화되면 남북한의 동질성 회복으로 평화적 통일을 촉진할 수 있다.  통일전이라도 긴장과 군사적 대치 상태가 완화되어 과다한 군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절감되는 막대한 군사비는 경제개발과 국민복지 증진에 전용할 수 있다.

   이렇듯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은 화급한 과제요 엄숙한 민족적 요구다. 국가와 정부와 정치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케 하는 것은 공무담당자, 특히 국정최고책임자의 제1의적 책무다. 어느 특정소수집단의 권익을 위하여 절대다수의 국민을 노예처럼 취급하는 것이나 이를 방관하는 것은 민족사 앞에 죄과를 범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자는 대국적 견지에서 무엇이 동포를 위해 옳은 일이고 이로운 일인지 심사숙고하여 그 치하에 있는 주민들이 사람다운 대우를 받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혁을 도모할 것이 요청된다.

   한편 한국정부와 국제사회도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도록 외교통로를 통한 설득과 함께 각종 지원과 인권개선 실적을 연계하는 동시에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경제적인 제재와 문화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모든 제도, 모든 조직, 모든 정치 행정은 사람을 위해서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기본권을 누리며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인위적인 장치가 있다면 마땅히 이를 혁파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속에서 자생한 뜻있는 시민단체들도 북한인권개선에 관한 국내외 여론의 형성과 조직적인 캠페인 등을 통하여 이를 위한 민족적 노력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크게 바람직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