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교

崔 晋宇 (政博ㆍ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 관련 소식이 연일 우리의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안으로는 북한의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에 따른 여러 가지 일들, 예컨대 대회 개최 직전 북한의 참가 유보 태도 표명, 대규모 여성 응원단의 파견, 반공 단체와 북한 기자단의 충돌, 북한 응원단의 플래카드 철거 등등의 사건이 거의 매일 같이 신문지상에 보도되고 있다. 밖으로는 최초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북경에서 개최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약 10년 전 뉴욕 타임스의 북한 관련 기사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김일성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이다. 기사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그는 전 세계를 그의 장단에 춤추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일성의 외교적 역량을 평가한 말이다. 그 논조는 비아냥거림이 아니었고, 객관적 평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공감했다.

   오랜 기간 북한은 그야말로 예측을 불허하는 벼랑끝 외교의 진수를 보여주는 외교행태를 거듭해 왔다. 능란한 벼랑끝 외교의 구사를 통해 북한은 외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면서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래서 남한에서도 북한의 외교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김일성 생존시에 비해서는 요즈음 북한의 외교 역량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과거로부터 축적된 외교적 노하우가 지금도 위력을 발휘한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그토록 탁월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한 결과는 무엇인가? 외교를 통해 북한 당국은 나라를 부국강병의 길로 이끌었는가? 경제적 번영과 국가의 안전보장을 확보했는가? 아니다. 결과는 그 반대였다. 기아선상을 헤매는 북한 주민, 탈북 행렬, 국제사회의 문제아로의 전락 등등. 뛰어난 외교적 능력의 결과가 이것이라면, 솔직히 외교를 사양하고 싶다.

   북한의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예측가능한 일원이 되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렇듯이 국가 간에도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돌출적 행동과 협박성 발언을 일삼아서는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없고, 호의적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사람들이 남북정상회담의 사진을 담은 플래카드가 비에 젖은 것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추어 눈물로 항의하면서 이를 걷어 내렸다는 소식은, 어이가 없다 못해 측은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6자 회담장에서는 북한이 예의 그 핵 위협을 반복했고, 회담이 끝난 후 북한은 1차 북경회담을 일컬어 '백해무익한 회담'이라고 폄하했지만, 이제 북한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자 회담의 지속을 추진하는 분위기이다. 북한의 행태가 조롱과 무시, 또는 연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 현장에서 보였던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와 위협적 언사를 접한 나머지 5개국은 북한의 이러한 행태에 대한 우려를 북한 당국자에게 직접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이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 반작용으로 북한의 벼랑끝 외교가 그 도를 더해갈지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점차 수렴해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사실상 북한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없어 보인다. 북한이 과거의 외교전략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