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의미부터 개혁하자

한태선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ㆍ문화사회학 박사)

   우리는 초록빛 산을 ‘푸른 산’이라 부른다. 달걀 속 노란자를 빨갛다고 부르는 나라도 유럽에 있다. 보는 눈이 달라서이다. 문화가 달라서이다.

   '개혁'도 보는 눈에 따라 다르다. 개혁을 보는 이념에 따라 다르다. 다르다는 것부터 인정하지 않으면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혁을, 제도와 조직과 인간을 바꾸는 것이라 여길 때가 많다. 실은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중심은 따로 있으며 요체는 이것을 찾아 씨름하는 것이 개혁이다. 때문에 우리는 '개혁의 의미부터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혁의 첫 단추부터 반성하지 안으면 안 된다. 이를 2가지로 성찰해 본다.

   개혁이란 첫째, 집단이나 조직 제도나 인물을 바꾼다는 뜻이 아니다. 개혁이란 그 동안 잘 못 축적되어진 것들을 툴툴 털어 버리며,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둘째, 개혁이란 한쪽의 이념으로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념이란 거슬러 올라가면 자유와 평등 사상밖에 사실상 없다. 그리고 이 두 사상은 각각 가장 아름답고 고상한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이 두개는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 한다.

   그 둘은 서로간 의좋은 형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대에 위대한 지도자들은 이 둘 중 그 어느 하나만을 택하지 않는다. 이 둘에 대하여 그들은 모두 '겸손하게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들이 한 이념에 젖게 되면 대개 그것밖에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물오리는 알에서 깨어 난지 4시간 이내에 자기 앞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자기 엄마라 여기며 쫄쫄 따라다닌다. 자기를 가르친 스승으로부터 파랗거나 빨간 것을 배웠으면 그 사람은 세상을 파랗거나 빨갛게 보며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건 아니건 다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사상에 굳어져 있을수록 그 만큼 외적으로 굳어진 제도나 조직만을 보며 그것들만을 개혁하려 한다.

   그러면 어떻게 자유와 평등을 승화시키는가. 자유란 맘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대명사도 아니다. 경쟁조장도 아니다. 자유란 인간이 자기를 최대로 발휘하게 하는 능력이다. 인간의 이 지고한 능력을 무한히 뻗어나게 하는 것이 자유의 이상이며 자유의 사회이다.

   평등이란 분배를 뜻하지 않는다. 평등이란 우선 인간이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존엄성을 누구에게나 인정하며 숭배하는 이상이다. 인간에 대하여 궁극적으로 존경하며 보살피는 것이 존엄성의 이상이며 존엄성의 사회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리가 국제적으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 '배짱'만은 통하지 않는다. 분배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이런 원초적 의미로 돌아가는 일이 개혁의 참 의미이다. 이런 원래의 의미로 돌아가는 철학을 전제해 놓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세상 제도와 조직과 인물들을 '신중하게' 고를 수 있다. 그 둘 가치관중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손상을 입히는 지도자는 세상에 없다.

   인간은 새처럼 '편안하게 하고 즐겁게 해야' 노래부른다. 
   그래야 실력과 경쟁력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