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시계 되돌린 부시의 행정명령

[뉴시스 2008-03-15 12:58]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최근 내린 한 행정명령으로 미국민에 대한 인권의 시계를 30년 이상 되돌려놓았다고 보스턴 글로브 등 미국 언론이 14일 강력히 규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행정명령을 내려 국내인 사찰시 보안 및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독립정보감시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줄이거나 제외시킨 것이다.
   공개적인 알림이나 공식 발표가 없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실은 보스턴 글로브지가 이날 지적하면서 미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적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32년전 제럴드 포드 대통령 당시 설립된 '독립정보감시위원회'가 갖고 있던 권한을 없애버리거나 축소시켜 민간인을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하는 기관들의 인권침해나 위법사항에 대한 견제를 완화시켰다.
   위원회는 스파이 대응 활동을 하는 기관들을 관장하면서 위법사항이 발생하거나 적발될 경우 이를 보고서로 작성, 매 3개월 대통령과 법무장관앞으로 제출하도록 돼있었으며, 정보기관 내부의 감찰부서를 직접 관할하도록 돼있었다.
   매 3개월마다 보고된 내용은 이런 규정을 알고 있는 의회도 청문회나 다른 기회를 통해 이를 열람하면서 특히 정보 및 보안관련 기관들의 불법 인권침해 사례를 견제할 수 있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정보기관내 감찰부서에 대한 위원회의 권한을 삭제해 통제권 밖으로 위치시켰으며, 위원회가 정보기관들의 인권침해, 법률 위반사항 보고 대상 역시 대통령에게만으로 한정하도록 했다.
   정보 및 보안기관들에 대한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이 위원회는 지난 1976년 의회의 요구에 따라 설치돼 포드 대통령이 설치했으며, 영장없는 도청 등의 위법행위를 방지하는데 주력해왔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내린 2월 29일은 이같은 위원회의 권한축소를 담은 행정명령은 포드 대통령이 당시 위원회를 설치해 업무가 시작된 기념일이어서 주목됐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을 내린 날짜가 당시 위원회 업무가 시작된 날과 겹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라고 밝히지만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은 위원회가 발족한 날에 그들의 권한을 축소, 삭제하는 명령을 내린 것은 상당히 상징적인 것이며, 지난 시기 인권보호를 위해 취해져왔던 수많은 숭고한 사상과 원칙, 희생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게 한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의 위원회 권한 축소는 최근 하원에서 시한이 만료된 '해외정보감시법'(FISA)의 재입법 추진 논란과정에서 이 법안이 부결됐을 경우를 고려, 실질적으로 인권침해 사례가 드러나는 감시장치를 없애려는 의도로 지적됐다.
   특히 대국민 도청업무나 감시업무를 하는 정보기관과 보안당국의 안보를 명문으로 건의나 요청이 있어 이뤄진 것으로 보여, 이같은 부서의 건의나 요청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보여준 인권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미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지난 시기 이룩된 인권보호장치를 하루 아침에 없애 인권과 관련해 시계를 되돌린 대통령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