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월12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미얀마 정부가 치안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로힝야족에 과도한 폭력을 가했다는 보고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민간인을 보호하고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법질서를 새로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안보리 성명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당국은 로힝야족에 대한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난민들이 돌아와 정당하게 거주할 권리를 인정하라”고 촉구하고, ‘재앙 같은 상황(catastrophic)’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 등의 표현을 써가며 미얀마 정부를 비난했다.

미얀마 정부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에 쏟아졌던 비판 여론이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방조·묵인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겸 외무장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는 9월13일로 예정됐던 유엔 총회 참석을 전격 취소했다.

지난 8월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 간 유혈 충돌로 최소 400여명이 숨진 이후 탄압이 극심해지면서 최근까지 로힝야족 38만여명이 국경 너머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유니세프 등 구호 기관들은 “이들의 임시 거처인 방글라데시 테크나프 일대 난민촌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난민 중 20만명이 어린이인데, 이 중 1000여 명은 보호자가 없어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로힝야족 난민을 위해 앞으로 석 달간 7700만달러(약 872억원)의 긴급 구호물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로힝야족 탄압 실태가 알려지면서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지에게 책임을 묻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데즈먼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 12명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유엔이 미얀마 정부를 압박하고 옵서버를 파견하는 등 로힝야족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