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인권 아직 멀었다"

[2008/03/26 11:49 연합]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트마 비스리씨. 그녀의 남편은 이라크 저항세력에 가담하려한 혐의로 체포된 뒤 감감무소식이다.
   남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그녀는 사우디 '인권위원회'의 투르키 알-수다이리 위원장에게서 "몇시간 안에 (전화로) 남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인권위원회는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명령에 따라 설립됐으며 사우디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알-수다이리 위원장은 "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을 더 이상 금기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우디의 인권 상황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잘라 말한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인터넷판에 따르면 HRW는 25일 두개의 보고서를 발표, 사우디에서 인권 침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HRW는 보고서에서 기소는 물론 재판도 받지 않고 장기 구금되거나 자백을 강요당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했다.
HRW는 보고서 발표에 앞서 사우디 관리들을 비롯해 사우디 당국에 수감됐던 이들과 그 가족 등 수 백명을 인터뷰했다. 특히 사우디 정부 장관들이 처음으로 HRW 조사원들과 HRW 보고서 내용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HRW 조사원 크리스토프 윌크는 "(사우디의 장관들이 토론 자리에) 대거 모습을 나타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심층적인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우디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퍼스트 소사이어티'를 설립한 이브라힘 알 무가이테브도 "인권위원회의 지시 사항이 사우디에서 그대로 적용된다면 사우디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