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지배체제 (4)

수령론에 기초하여 수령에 대한 개인들의 생활수칙을 성문화한 것이 바로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다. ‘10대 원칙’은 강요된 사회규범으로 법이나 당정책이 규율하지 못하는 부분의 주민생활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북한은 ‘권력의 소재’ 측면에서 보면 반대당이 없는 1당 독재체제로서 당이 국가보다 우위에 있는 체제이다. 1992년 4월에 개정한 사회주의 헌법 제1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북한사회는 실제로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하게 통치되는 체제로, 수령의 유일적 영도가 주장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주체사상이 당의 유일사상으로 강조된 시점과 일치한다. 그리고 1974년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발표됨으로써 수령에 대한 무조건적, 절대적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수령론에 내재된 개인숭배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첫째는 개인숭배의 객관적 조건, 즉 유교문화와 식민지문화, 항일무장투쟁의 정통성을 제한적인 형태나마 확보하였고, 이러한 대중적 지지가 개인숭배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둘째는 정치적 조건 및 정치지형과 관련되어 나타났다. 스탈린주의적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역시 개인숭배의 중요한 정치적 토대가 된다. 다시 말해서 위계적인 권력구조는 필연적으로 관료주의를 양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최상층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즉 개인숭배를 양산한 것이다. 셋째는 개인숭배의 물적토대와 조건이다. 한 체제의 정통성의 주요한 요건은, 특히 사회주의국가의 경우 충분한 생산력의 발전과 그에 따른 민중복지의 실현 혹은 사회주의적 분배의 구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국가의 개인숭배는 이러한 물적 조건을 담보해내지 못할 때 다른 의제적인 수단을 통해서 ‘정통성의 결핍’을 보완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