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노동자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일 가능성이 있는 현금 운반책으로 이용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월17일 북한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를 조사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와 그 이후의 북한 인권’ 보고서 번역본을 공개했다. 연구원은 북한의 인력송출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들을 면담 조사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러시아, 중동 국가 등 50여개국에 5만~6만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3년 동안 해외에서 근무하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집안에 경조사가 있어도 귀국할 수 없다.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2~16시간이며, 한 달에 1~2일만 쉴 수 있으며, 휴가는 없다. 러시아에서 일했던 벌목공들은 “교대나 추가 수당 없이 하루 평균 16시간 동안 일했고, 4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노동자들의 명목상 임금도 월 평균 120~150달러에 불과하다. 북한에서는 150달러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사업자는 이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 120~150달러는 지급액의 10~20% 정도 수준이다. 나머지 금액은 북한 당국이나 부패한 관료가 착복한다. 그나마 월별 생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고스란히 개인 부채로 떠안게 된다는 게 러시아 벌목공들의 이야기다.

북한은 2013년1월 기준으로 16개국에 5만여명의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한 해 12억~23억 달러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아울러 “고용 국가의 정부는 북한 노동자가 고용된 작업현장의 근로환경을 조사하고, 강제노동이나 노예화 등이 확인되면 고용을 중지해야 한다”며 “대량현금의 신고절차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