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점점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가는 데 힘이 드는 것은 여러 가지 근본적인 요인들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근본적인 요인 중에서 정말 핵심적인 알맹이는 빼놓거나 잊어버리고 물리적이고 계산적인 것만을 열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더욱 근본적이고 중요하며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요즈음 사람들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어떤 직면한 문제를 타개하겠다는 욕망이나 열의에 있어서는 과거의 어느 누구보다도 앞서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런 열만은 무슨 문제고 빠른 방법으로 성급하게 해결해 버리겠다는 유혹에 빠지는 현상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마음만 앞서 조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적은 좋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일을 그르치게 하고 무책임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게 된다. 일하기 쉽고 간단하게 일을 처리해 버리는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른바 만병 통치식의 묘약이나 묘방은 없나 싶어서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약삭빠르고 꾀 많고 남을 속이기 잘 하는 식의 얄팍한 유행성을 띤 물거품 같은 묘안을 제시하면 얼른 덤벼들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강한 의지와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택하는 방법이나 과정에서 속결주의라는 유혹에 사로잡혀 결과적으로는 무책임하고 잘못된 것이 되고 마는 경향이 요새 와서 어느 분야에서나 하나의 병폐로 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잘못된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는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그 책임을 어느 특정한 그룹에 뒤집어씌우는 기술이 발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의 모든 불평이나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도 내가 질소냐는 식으로 그 꾀가 발달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어려운 문제는 그 문제의 근본적인 것이 모두 얽히고 설켜서 사회 구성원 전부에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그 포괄적인 책임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자기는 비록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으나 사회 대중과는 전연 다른 이질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사회의 어려움을 외면하거나 냉소하거나 비판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심리 자체가 이미 사회적으로 볼 때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만 잘못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남이야 뭘 하는 내가 알 바 뭐냐’라든가, ‘나야 보잘 것 있는 존재인가, 남이 하는 대로 하다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라는 생각을 한다든가, ‘세상이 다 그런데 나만 잘 하면 뭘 해’ 등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사회에 대해서는 자기 책임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책임한 일원이라 하겠다.

   이런 식의 근본적인 생각이나 심리가 오늘 우리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점점 더 어렵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하겠다. 이런 식의 사회적 무책임 의식은 무서운 것이다. 이런 것을 극복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푸는 결정적인 열쇠라 하겠다. 

   사회의 운명은 곧 나의 운명이고, 사회의 비극은 곧 나의 비극이라는 연대적 책임감이 철저해야 하겠다. 저마다의 나 하나가 각각 그 책임 의식에 투철해서 그 맡은 역할을 제대로 다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나 국가는 그 집합된 전체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연대적 책임감만이 오늘의 우리 사회의 신념을 더욱 굳게 하는 것이고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