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실천’은 내 인생의 철학이요, 육영 사업의 모토이자 인류 사회에 던지는 애끓는 호소이기도 하기에 그 참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려고 한다. ‘사랑’이라는 말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이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는 점은 바로 사랑의 근본 속성이기도 하다. ‘사랑’은 그만큼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것이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세계의 완성을 지향하는 정신이다. 태초의 세상은 그 자체로서 완벽한 조화와 질서를 지닌 완성체였다. 태초에 조물주는 사랑으로 우주를 창조하였고, 사랑의 정신으로 인류를 창조하였던 것이다. 이 완벽한 화해와 조화의 완성체로 창조된 세계 속에서 인간이 영위하는 삶은 항상 아름다움으로 가득하였다. 적어도 인간들이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이 오묘한 아름다움의 완성체를 깨뜨리기 전까지는 인류는 ‘사랑’속에서 평화롭게 살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계층 간·지역 간·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환경오염과 핵무기의 위협이 인류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참으로 우리는 불안하고 무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극도의 이기주의와 약육강식의 본능이 지배하는 멸망의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태초에 우주와 인류가 ‘사랑’의 정신에서 시작되었듯이 현대인들은 조화와 질서의 세계를 널리 펴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평생 동안 이 ‘사랑’의 실천을 나에게 부여된 소명으로 알고, ‘사랑의 실천’이라는 고매한 정신을 널리 펴는 교육 사회 운동에 헌신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랑의 실천’ 정신을 생활화하고 구체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 고매한 정신은 ‘근면·정직·겸손·봉사’의 실천 덕목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첫째 덕목은 ‘근면’이다. 농부가 가을을 맞아 풍성한 곡식을 거두어들이기 위해서는 봄부터 근면해야 한다. 근면한 농부는 남보다 일찍 일어나 삽자루를 메고 논밭으로 나선다. 그는 최선을 다해 땀 흘려 일하면서 농작물에 애정을 쏟는다. 결국 이 농부는 가을이 되면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삶도 그런 농부와 같다. 근면한 생활을 통하여 풍성한 수확을 올린 사람만이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랑’을 실천하는 둘째 덕목은 ‘정직’의 정신이다. 거짓과 부정은 패망의 길이요, 불행의 원천이 된다. 승리는 항상 정직한 사람의 편에 선다. 정직은 언제나 진리의 편에 서 있는 올바른 정신이다. 지향하는 목표가 아무리 고상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의롭지 못한 방법이나 부당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나쁜 정신에 불과하다. 가령, 농부가 많은 결실을 소유하기 위해 남이 땀흘려 수확해 놓은 벼를 몰래 실어간다면 이것은 절도요, 약탈이다. 정직한 농부는 결코 의롭지 않은 자리에 서지 않는다. 정직한 농부들만 모여 사는 마을에 갈등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직의 정신이 뿌리내린 인류의 미래는 언제나 ‘사랑’이 가득할 것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셋째 덕목은 ‘겸손’의 정신이다. 오만한 자는 남으로부터 배척을 받고 겸손한 자는 환영을 받는다. 아무리 근면하고 정직하게 일해서 얻은 수확이라고 할지라도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실천할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화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이해가 부족하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의 인격적 주체를 무시하는 오만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자신이 먼저 겸손해짐으로써 모든 불화가 사라지게 되면 자연히 사랑도 깃들게 될 것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넷째 덕목은 ‘봉사의 정신이다. 이해와 득실을 초월한 봉사의 정신이야말로 사랑을 구현하는 가장 직접적 실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자기보다 남을 우선 생각하고 남을 위해 도우려는 이타(利他)의 자리에 서는 것이 봉사의 정신이다. 세계사의 변천을 돌이켜 볼 때 모든 갈등과 분쟁들은 남의 희생을 딛고 서서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이기심(利己心)의 발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근면·정직·겸손·봉사’의 정신이야말로 이 사회에 사랑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실천 덕목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항상 이 네 가지 덕목을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남보다 내가 먼저 몸소 충실히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간직한다면 우리 주위에서 갈등과 고통은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사랑의 실천’이라는 이 고매한 정신이 우리 삶에 뿌리내릴 수 있을 때 우리는 아름다운 사회, 아름다운 세계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질서와 조화의 정신이다.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여러 악기들은 한데 모여 아름다운 멜로디를 창조해 낸다. 이 모든 악기들이 질서와 조화의 정신으로 통합되지 않고, 각각의 소리만을 고집한다면 그냥 소음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 세계와 인류가 울려내는 오묘한 멜로디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한국, 아름다운 세계를 이루어 가려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자 포부이다.

   내가 평생 동안 외쳐 온 이 ‘사랑의 실천’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이 정신 운동을 통해서 밝고 건강한 인류의 장래는 약속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깊이 인식하기를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