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희망의 불씨를 살립시다

지난해 우리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안타까운 일들로 인해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꽃다운 젊은 청춘의 귀중한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간 세월호 사건은 온 나라를 비탄에 잠기게 했고, 우리는 아직도 그 충격, 슬픔, 분노, 자괴감, 그리고 안타까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희생된 영혼들의 명복을 빌면서, 우리의 지혜와 정성을 모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일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새롭게 거듭나는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어둡고 어려운 시간을 지나 새해는 밝았지만, 최근 국내외 정세는 어지럽기 그지없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북한의 호전성에 대해 많은 분들은 염려를 하고 있고, 역사와 영토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 각국의 긴장관계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늘은 길어만 가고, 우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기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빈부 격차는 커지고 있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조기 퇴직으로 직장을 잃은 중장년층의 수가 늘어나 어느덧 노년층의 50%가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을 돌아보면 희망이 점점 희박해지며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라져가는 희망을 그렇게 그냥 보내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살려, 그것을 더 큰 불길로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빛은 어둠이 깊을수록 더 크게 빛나고, 불길은 추울수록 그 따뜻함이 강해지는 법입니다. 절망의 어두움이 우리를 감쌀 때,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이야말로 2015년,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아픈 내 이웃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내 이웃들과 나누는 것도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입니다. 외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일이나 고통받는 이들의 고통을 나누는 일, 소외된 이들을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일, 이 모든 일들은 사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사랑의 불씨를 살리는 일은 우리나라 안에서만 머물러야 할 일도 아닙니다. 우리의 시야를 더 넓혀 아직도 절대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구상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식량이 부족하여 굶주리는 사람들, 기초적인 의약품이 없어 간단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고 불구가 되는 사람들, 전쟁과 폭력의 희생자들,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주는 일 또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입니다.

이러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연료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희망 불씨의 가장 좋은 연료이자 희망의 불길을 더욱 확산시키는 가연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희망의 불씨를 살리다보면 그 조그만 불씨가 점점 커져 횃불이 되고, 모닥불이 되어 우리는 더 밝고 빛나고 따뜻한 불의 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현실에서, 사랑의 힘으로 희망의 불을 지피면 그 불씨들이 곳곳에서 되살아나 더 큰 불길로 타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랑은 마치 이러한 불의 속성과 닮은 데가 있어, 조그만 데에서부터 시작된 사랑의 불씨는 일단 시작이 되면 스스로 힘을 얻어 번져가게 됩니다. 그리하여 내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자 시작되는 사랑의 불길이 점점 번져가면 내 이웃에 따뜻함을 전할 뿐 아니라 그 불씨를 만든 사람까지도 따뜻해지고 온 사회가 따뜻해지기 마련입니다.

분명 새해에도 우리는 만만치 않은 도전에 맞닥뜨릴 것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를 격려하면서 밀어주고 당겨주는 인정을 베풀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이기심, 양보를 패배로 생각하는 아집을 버리고 서로를 껴안고 보듬어주면서 함께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내가 가진 사랑이라는 연료를 부어 희망의 불씨를 살림으로써 모두 추위에 떨고 있는 ‘에너지 빈곤층’의 우리 사회가 따뜻해지는 2015년을 기대해봅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살립시다.